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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상] 한국경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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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을 발표한 21일 저녁 홍콩 시민들이 위안화와 외환을 바꿔주는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중국 위안화의 값이 오르면 이론적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한국 상품의 값이 싸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안화 값이 오르면 원화와 엔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들의 가치도 덩달아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에 대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과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어느 방향의 효과가 클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다만 위안화 절상 폭이 당초 예상했던 5% 내외보다 훨씬 작아 두 방향의 효과 모두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환율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값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위안화 값이 오르면 중국의 수입 기업은 유리해지고 수출 기업은 불리해진다. 따라서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거나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가 갈수록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어 위안화 절상의 효과가 이처럼 단순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중국의 수출기업 상당수가 이미 한국에서 중간소재와 부품을 수입한 뒤 값싼 노동력으로 조립해 미국.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수출이 둔화되면 이는 다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내수가 위축되는 것도 한국의 수출에는 부정적이다. 예컨대 한국의 석유화학 합섬원료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이후 90%를 넘어섰다. 석유화학제품, 철강판, 각종 기계류도 중국 의존도가 40% 이상이다. 위안화 값이 올라 중국 경기가 식는다면 이런 업종의 대중국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값싼 원자재 및 원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파는 기업이나, 이를 가공해 해외로 재수출하는 기업 역시 위안화 절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다.

◆ 원화 환율은=위안화 값이 올랐기 때문에 원화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값이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끈질기게 요구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다시 1000원대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 등 역외시장에서 원화 선물환율이 떨어진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위안화 절상 폭이 2.1%에 그쳐 시장에서 예상했던 5%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원화값이 급등하는 등의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중국이 서방의 압력에 화답하기는 했지만 위안화를 노린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의 가치가 갑자기 오르는 등의 혼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 국내 금융시장은=위안화 절상과 함께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소폭 올렸기 때문에 국내 금리 인상 압력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과열 기미를 보였던 주식시장에선 자연스러운 조정 단계를 거치게 돼 길게 보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기였는데 마침 위안화 절상이라는 계기가 마련돼 한 차례 조정을 겪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이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대세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최근 크게 오른 수출주는 쉬어가고 내수주가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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