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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깊이보기 : 고유가 시대…다시 원전을 생각한다

외국은 지금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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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을 하지 않았던 미국조차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원전 건설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주 칼버트 크리프 원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21세기에 미국은 보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전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신규 원전 건설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칼버트 클리프 원전 운영 업체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반원전의 선봉에 섰던 유럽 각국도 원전 폐지 방침을 철회하는가 하면,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프랑스 플라망빌에 세울 예정인 유럽신형원전(EPR) 건설에 이탈리아의 에널사가 참여하기로 6월에 합의했다.

독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 리서치사는 독일 기독민주당이 9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원전 폐지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기독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의 현 정부는 원전 폐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핀란드는 올킬루토 원전 3호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스위스는 2003년 국민투표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03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31개국에서 434기가 운영 중이다. 또 11개국이 36기를 건설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곳은 아시아로 20기가 건설 중이며, 18기의 추가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루마니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개도국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20~30기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으로 패망한 일본도 원전 건설과 이용에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고 있다. 2003년 말 홋카이도전력이 도마리 3호기를 착공하는 등 현재 5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약 2.5배인 5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또 원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장도 프랑스에서 기술을 도입해 가동하고 있다.

각국이 이처럼 신규 원전을 건설하거나 원전 정책을 전환하려는 것은 전력 수요 급증에 대처하고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따른 제약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원전은 지구 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뿐더러 안정적 주력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자문위원회인 유럽경제사회위원회(EESC)가 지난해 초 낸 보고서는 이런 원전 바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보고서는 "유럽은 원자력 발전소 없이는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준수하면서 전력을 공급할 수 없을 것이며, 풍력 등 청정에너지가 유럽의 현재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정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