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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화 유지" 20여일만에 바꿔- 기획원|24일까진 1∼2%안 놓고 검토-한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기획원>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활성화대책을 발표한 김준성 부총리는 「총통화목표에 구애됨이 없이 시장기능에 따라 돈을 푼다고 해서 안정시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며 물가가 안정된 이 시점에 선진국형 통화관리정책을 시도한 것이 결코 급격한 정책의 전환일수는 없다』고 설명.
사채사건 이후에도 줄곧 총통화목표를 지켜나가겠으며 아직도 물가불안요인이 있다고 전망했던 김 부총리가 불과 20여일 사이에 태도를 돌변, 6·28조치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번 조치의 실무협의를 이끌어온 경제기획원은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위급한 상태에 있었느냐는 각계의 반응을 체크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몇가지 배경설명 자료를 만드느라 기획국 사무관들을 총동원, 27일 밤을 새우기도.
김 부총리와 기획원 주요관리들은 일요일인 27일에도 출근, 재무부 등 관계부처와 최종협의를 하느라 부산했다.
이번 조치마련을 위해 지난 24일부터 밤을 새워온 하동선 기획차관보는 얼굴이 다소 부운 채 몹시 피곤한 모습.
일부관리들은 내부의 여론을 수집·분석하면서도 6·28조치가 지나친 고단위 투약이 아니었는지 모른다는 등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재무부>
장관이 바뀐 지 사흘도 못돼 지금까지 내세워온 정책을 대폭 선회, 재무부 직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
6·28조치의 주요내용이 거의 전부 재무부 소관인데도 발표직전 단계에서야 참여할 수 있었는데다가 내용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서로 의아해하고 있다.
재무부는 23일 올해 세제개혁안을 발표, 법인세율을 현행 33∼38%에서 36%로 단일화하겠다고 방침을 밝혔었고 금리조정은 충격이 없도록 미조정원칙을 고수해가겠다고 거듭 밝혔었다.
또한 현실여건상 은행의 민영화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었다.
그런데 장관이 바뀌자마자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강경식 장관은 6·28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재무부가 발표한 세제개혁안과 이번 법인세율인하와 왜 그렇게 틀리느냐』는 기자질문에 『재무부안은 정부안이 아니고 이번 것이 정부안』이라고 설명.
재무부안을 관철시키려고 해봤느냐는 추가질문에 『그런 것은 묻지 말아달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6·28조치는 재무부이외에서 중심이 되어 특별반을 구성,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재무부 실무자들은 철저히 소외당했다.
실무자들이 작업에 참여한 것은 26일 하오부터였고 마무리를 짓기 위해 이재국 직원들은 거의 전부 일요일인 27일에도 출근.
재무부 직원들은 『재무부 소관사항이 이런 식으로 될 바에야 어디론가 통합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자조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은이 금리인하 실무작업을 시작한 것은 24일께부터. 당초 한은은 1%, 1·5%, 2%등 3가지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토요일 하오 4%인하 지시를 받고는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고.
한은은 26일 상오 금통위원들에게 금리인하를 위한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소집통고를 했으나 『27일 중』이라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하오7시에 개최된 금통위는 신임 강경식 재무장관의 취임인사에 이어 28일 상오에 있을 김준성 부총리의 종합경기대책에 대한 개요를 강 장관이 설명.
한은 전영수 이사의 금리인하 배경설명이 있었으나 막상 대폭인하결정에는 역시 논란없이 통과됐다고.
한편 7시30분부터 한은회의실에서 개최된 은행장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4%인하에 깜짝 놀라는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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