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주변 이야기를 쉽게 끌어와 새로운 의미 줄 수 있는 시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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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랜만에 문단은 화려한 각광을 받고 데뷔하는 신인을 낳았다.
49편의 시를 계간「세계의 문학」에 보내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최승호씨. 27세.
『드물게 보는 침착한 관찰력과 생각의 깊이를 가진 시를 썼다』고 일단 평가받았다.
『저의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뿌리를 내리고 시를 쓰려고 했읍니다. 체험이 바탕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침착한 관찰력이란 말이 나왔겠지만 깊이있는 시를 썼다는 자신은 없읍니다.』
그의 주변은 아마 그가 5년동안 국민학교 교사로 있은 강원도의 탄광촌이었음이 틀림없다. 또 탄광촌은 탄광촌으로 있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로 확대되어도 무방하다.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소심하고 무력하며 뚜렷한 희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지요. 자기존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요.』
최씨는 자신의 생각을 아주 적절한 비유로 시를 만들어낸다. 때로 너무 재기있게 보일 때도 있다. 그것을 그는 시와의 싸움에서 실전경험을 나름대로 많이 쌓아 얻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증기를 뿜는 주전자/아가리 뚜껑을 덮으니/답답해」 (시 『주전자』중)
「북어의 빳빳한 지느러미/막대기 같은 생각/…헤엄쳐갈데 없는 사람들이/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느닷없이/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거봐 너도 북어지/…」 (시 『북어』중)
주전자와 북어에서 이같은 이미지를 찾아낸 것은 그가 애썼다는 것, 또 유머감각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를 영감에 의해 쓰기보다는 이미지가 오면 그것에 살을 붙이는 식입니다. 굉장히 더디게 시가 나오는 편입니다.』
시어에 보다 활기가 있었으면, 또 너무 시가 가라앉아 있다는 말도 듣고있다.
『모르는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 쉽게 주변에서 이야기를 끌어오면서 다시 생각하면 새로운 의미를 줄 수 있는 시를 쓰겠다는 것이 지금 생각입니다. 그러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에 따른 목소리를 가져야하겠지요. 노력해야 될 일입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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