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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난 가수 Nana, "한국에 뼈를 묻겠다"

중앙일보

입력

[마이데일리 = 도쿄 이태문 특파원] 지난 4월 NHK의 간판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일본 열도'에 출연, "한국어로 한국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완전히 한국인이며, 가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나라의 말로 하는 것뿐"이라며 당당하게 남다른 한국 사랑을 과시한 가수 나나(23. 본명 후쿠다 나나), 18일 도쿄 시부야의 '시부야 듀오'(SHIBYA duo)에서 그녀를 만났다.

나나(Nana)는 샤크라, X-Larg, 룰라의 김지현 2집 등으로 댄스음악 프로듀서이자 투스텝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류정수가 일본 현지에서 '히라이 켄', 'Sowelu', 'Orange Peko' 등을 프로듀싱한 일본의 R&B 프로듀서 우루(URU)와 함께 발굴해낸 순수 일본인.

오후 3시 MUSIC & DANCE 이벤트 '한밤'(韓晩) 행사 준비와 리허설로 분주한 많은 스태프 가운데 나나도 있었다. '한밤'은 K-Pop을 통한 한일 양국 사람들의 교류의 장으로 지금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음악을 통해 서로의 우정을 다져왔다.

이날 행사 '한밤'이 2년만에 다시 재개된다는 설레임도 있었지만, 가수 왁스가 출연했기에 그녀는 더욱 긴장한 듯 보였다.

"오래간만에 한밤 가족들과 만나려고 하니 새롭네요. 또, 제가 존경하는 왁스 언니랑 같은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막 가슴이 떨려요"

이벤트 '한밤'의 간판 얼굴로 MC를 도맡았던 그녀지만, 가수로서 기다리는 팬들에게 좋은 무대를 보이기 위해 땀을 흘리며 이것저것 꼼꼼하게 체크했다.

1부 진행을 막 끝내고서야 겨우 짬을 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나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우선 뛰어난 한국말 솜씨에 기자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14세 때부터 배웠다는 한국말은 정말 한국가수와 인터뷰하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1982년 도쿄 출생인 나나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건물에 재일민단 사무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한국어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알게 됐다고 한다. 98년 15세 때 한일공동으로 월드컵 주최가 결정되자, 민단 '재일한국청년회'가 운영하던 한국어교실 친구들과 월드컵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기로 결정, 이후 요코하마국립경기장을 비롯 각종 축구시합과 이벤트에 자원봉사자로 참가 인상적인 무대를 줄곧 선보였다고.

이후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이벤트 '한밤'을 통해 라이브를 거듭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준비에 들어갔는데, 지난 2003년 11월 나나의 무대를 본 류정수가 그녀의 뛰어난 가창력에 반해 2004년 3월 전속계약을 체결하고서 올 4월 '쥬크 온'(www.jukeon.com)을 통해 디지털 싱글 앨범 '흐노니' 발표하면서 정식으로 데뷔했다.

타이틀 '흐노니'는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하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총 4곡이 수록된 앨범 역시 일본 소녀가 한국 남자와 사랑하다 헤어지고, 이별의 아픔을 겪은 뒤 무작정 바다까지 건너가 그 남자를 찾는다는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흐노니'는 일본가수 히토토 유(Hitoto you)의 '모라이나키'(もらい泣き)를 리메이크 한 곡으로 막 이별을 경험하여 떠나간 그 남자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 특히 원곡 '모라이나키'는 '월희' 라는 게임의 매드무비 [IF]의 BGM으로 쓰인 곡으로 일본에서 재작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대히티곡이다.

두 번째 곡인 '동경신사'에서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서울로 찾아오는 동경 소녀의 이야기, 세 번째 곡인 '벽'은 힘들게 그 남자를 만났으나 본심을 확인한 후 절망하는 아픔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곡 '안녕이니까'는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인 채 헤어지는 슬픔을 그리고 있다.

나나의 음악 색깔은 발라드 멜로디에 록 사운드가 더해져 동양적인 느낌과 신비감을 더해주는데, 특히 절절하게 묻어나는 애상미는 듣는이의 가슴을 적셔준다. 이날 기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그녀는 8월 중순에 돌아가 올 겨울 정식 발매를 목표로 음반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저를 기억해 주세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국어와 노래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더 이쁘게 봐 달라"고 한국팬들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새로 선보이는 앨범은 기존의 동양적인 멜로디에 그녀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창법을 살릴 수 있는 록이 더욱 가미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많이 사랑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날 가수 나나는 '한밤' 무대에 서서 디지털 싱글 수록곡 '안녕이니까'와 DJ.DOC의 '여름이야기', 그리고 타이틀곡 '흐노니' 등 3곡을 불러 행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익히려고 수백 권의 소설을 소리내면서 읽었다는 나나, 한국 데뷔를 위해 1년간 혹독한 훈련을 받아 이제는 어떤 한국노래든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타고난 힘찬 목소리, 그리고 일본인이니까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거기에 한국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드디어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나나는 지난 4월에 자신의 블로그[http://cyworld.nate.com/nanaweb]에 "아버지에게서 한국인ㆍ재일동포분들한테 일본이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왔는지 배웠다. 유학시절, 언니 오빠, 친구들과 많은 역사 얘기도 나눠봤다"며 "대부분의 일본 아이들은 역사를 너무 모른다. 일본은 알아야 된다. 진지한 역사를 알아야 된다, 안그러면 세계에서 정말 바보가 된다"는 글을. 또 다른 홈페이지에서도 "나나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나와 같이 한국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일본의 친구들에게 드라마에서만 보여지는 한국이 아닌 더 깊은 한국을 알려주는 다리. 조금씩 조금씩 한국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진 나의 친구들을 한국에 알려주는 다리. 나나는 그런 다리가 되려고 생각합니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께서 한국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노래하라고 했다"는 나나의 말이 기자의 가슴에 그녀의 노래와 함께 아직도 생생하게 울리고 있다.

[18일 도쿄 시부야의 '한밤' 행사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나나.
사진 = 이태문 특파원 gounworld@mydaily.co.kr]

도쿄 = 이태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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