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던 시진핑, 홍콩 문제 꺼내자 “내정간섭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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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찬에서 포도주로 축배를 들고 있다. 오바마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번갈아 마셨다. [베이징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서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인권과 민주화·신형대국관계 등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사건건 이견만 노출했던 이전과 달라 협력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밤에 이어 1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과 다양한 국제현안을 논의했다.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핵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한반도 비핵화▶평화 안정▶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 중국의 대한반도 3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또 동·남중국해 영토 문제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데 우려하고 앞으로 육상과 해상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대규모 군사 활동의 사전 통보체계를 구축하고 양국 군대의 해상 조우 때 충돌 방지를 위한 행동수칙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동·남중국해의 영토 갈등은 ‘국제 규범’을 통해 해결한다는 데도 양국 정상은 공감했다.

 환경 문제는 구체적 합의까지 도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낮추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2020년까지 17%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시 주석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30년을 최고치로 하고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30년 이전에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고 화석 연료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 비율을 지난해 10%에서 2030년 20%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각각 전세계의 29%와 1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탄소 배출 감축에 합의함에 따라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릴 유엔(UN) 파리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도 실효성 있는 국제사회의 합의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규정한 정보기술협정(ITA) 확대에도 양국 정상은 합의했다. 이 협정안이 타결되면 양국 의료장비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반도체 등 첨단 IT제품에 대한 관세가 크게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이밖에 반테러와 에볼라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은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인권과 민주·신형대국관계 등 문제는 여전히 이견이 컸다. 오바마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며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 주석은 이를 “내정간섭”이라 지적하고 “위법 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해 홍콩 안정을 수호하겠다”며 받아쳤다. 인권 문제에 대해 시 주석은 “엄청난 진전을 이뤘지만 개선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인정하면서 “중국은 평등과 상호존중에 근거해 미국과 (인권문제에 대해)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신형 대국관계는 더 이상 개념만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수용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이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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