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이 M-16 난사 휴가 나온 대위사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20일하오10시10분쯤 육군 모 부대에서 M-16소총과 실탄90발을 가지고 초소를 이탈한 유모일병(21)이 경기도 고양군 신도읍 화전리159 새마을상회(주인 이은성·64)에서 주민들에게 M-16소총을 난사, 휴가 나왔던 이 동네 이송우 대위(34·육군 모 부대소속)를 숨지게 하고 계속 난동을 부리다 인근 주민과 격투 끝에 붙잡혔다.
유 일병은 이날 최석공씨(57)집으로 통하는 장독대위에 철모와 군화를 신은 단독군장차림에 대검을 꽂은 M-16소총을 들고 최씨 집을 보고 있다가 이웃 오인숙씨(29)가 『누구냐』고 묻자 유 일병이 갑자기 총을 들이대며 오씨를 끌고 주인 이씨의 안방으로 갔다는 것.
유 일병은 방안에 있던 이씨의 부인 김형순씨(62)와 며느리 윤인숙씨(29)와 함께 오씨를 나란히 세우고 『나는 탈영병이다. 최근 휴가를 다녀왔는데 가정불화가 있어 괴롭다. 죽고싶다』고 말했다.
이때 이 동네 김상목씨(24·상업)가 우연히 이 장면을 보고 밖에 있던 주인 이씨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의 연락을 받은 이씨는 곧 방안으로 들어가 유 일병을 보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참아라』며 만류했으나 유 일병은 이씨마저 나란히 세우고 총을 쏘려했다.
이때 군인이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숨진 이 대위가 방안으로 통하는「골목쌀가게」문안에 들어서며 『나도 군인이다. 총을 치우라』고 하자 유 일병은 갑자기 총구를 돌려 이 대위의 가슴에 1발을 쏘고 달아나는 이 대위의 왼쪽 옆구리를 쏘아 그 자리서 숨지게 했다.
유 일병은 주위에 몰려있던 주민이 총소리를 듣고 달아나자 이씨 집 앞에 있는 윤덕영씨(57·농업) 집으로 뛰어들어가 때마침 안방에서 잠을 자고있던 윤씨에게 2발을 쏘았으나 모두 빗나가 맞지 앉았다.
유 일병이 총구를 돌려 다시 윤씨를 쏘려는 순간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윤씨의 3남 도용씨(25·회사원)가 뒤에서 유 일병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윤씨 부자가 유일병과 격투를 벌이는 사이 유 일병은 계속 방아쇠를 당겨 10여 발을 천장과 벽 등에 쏘아댔으나 윤씨 부자는 다치지 않고 아버지 윤씨만 총신의 뜨거운 열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아버지 윤씨가 총을 빼앗아 방밖으로 뛰어나가고 도용씨가 유 일병을 뒤에서 잡고있자 『죽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일병은 하오10시3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수사 기관에 넘겨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