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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백두산 관광' 합의 전모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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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와 한국관광공사가 백두산 관광을 위해 이 지역에 도로 보수 자재를 지원키로 북측과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선 공항보수.전력공급에서 정부 지원이 필수조건"이라고 현대 측이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현정은 현대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면담 이틀 전에 이미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 세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공기업이 대북사업에 이렇게 은밀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이미 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사업 때에도 관여한 바 있다. 이 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은 주먹구구식 계획으로 5년 후 8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좌초 직전의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 1200억원 정도 투입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관광공사의 대출 900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돈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금강산 사업에 들어갔다. 세금이 사실상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세금을 쓰겠다고 나서니 관광공사는 국민의 시선이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북측과 도대체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도로 보수 자재 지원 이외에도 '엄청난 합의'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과거 정부 때는 그래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했다. 금강산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정경분리'원칙에는 어긋나지만 긴장완화에 기여하니 이를 이해해달라고 호소라도 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그런 염치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를 포함한 당사자들은 북측과 합의한 내용의 전모를 밝혀라. 국민적 동의 없이는 어떤 대북사업도 성공할 수 없음을 직시하라. 현대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부지원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외 민간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라. 국민이 세금 내 현대 관광사업을 도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