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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아프리카」에 펼쳐질 북괴제압외교 |전 대통령 5개국 순방계획의 의의비동맹절반이 &&<해설>비동맹 절반이 자리잡은 「북한표밭」|「몸으로 부딪치는 외교」펴 열세만회 |평화통일지지 권 넓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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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대통령의 아프리카순방은 우리 외교사에 전환기적 의미를 지닌다. 아프리카는 제3세계의 거점이고 북한의 표밭이었다. 그런 곳에 전 대통령이 직접 순방 길에 나서는 것은 남북대결외교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제5공화국수립과 함께 이뤄진 한미정상회담은 핵심우방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새 정부의 출범을 다지는 계기였다. 그에 비해 작년의 아세안 5개국 순방은 70년대의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제3세계 및 이웃한 우방과의 실질관계를 두텁게 한 계기가 됐다.
이번의 아프리카순방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번의 순방에서 보다 특징적인 것은 국가 기본목표인 평화통일로 가는 도정에서의 「남북한대결」을 그 실천적 실험장인 아프리카에서 국가원수가 스스로 몸으로 부딪치는 외교를 전개함으로써 「지름길을 열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사하라 이남의 43개국(남아공 제외)을 포용, 이른바 흑 아프리카로 통칭되는 아프리카 권은 1백57개 UN회원국의 3분의1, 97개 비동맹회원국의 2분의1을 점하고있다. 따라서 이들 아프리카 권은 북한이 외교기반 내지 거점으로 삼고 있는 표밭이며 43개 흑 아프리카국가 중 수교국수에서 28대39로 우리 외교가 열세에 처해 있는 유일한 대륙이기도 하다. 북한은 아프리카를 거점으로 제3세계를 자기편으로 확보함으로써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책동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민족해방운동에 편승, 동일한 슬로건으로 대남 침략전쟁을 해방전쟁으로 인식시키려고 기도해 왔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 북한의 세력을 제압하는 것은 북한과의 제3세계외교 겨룸을 판가름하는 결승전의 의미를 지닌다.
오는 9월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비동맹 정상회담은 바로 그 결전장의 하나다. 아프리카에서, 또는 비동맹회의에서 북한이 지지기반을 상실할 때 비로소 북한은 한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는커녕 도리어 북한자신이 국제적으로 한국에 밀리고 있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만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대화나 남북한 평화공존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갖게 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가 아프리카 외교에 걸고있는 기대이기도하다.
아프리카 순방외교는 핵심우방인 미·일 및 서구 여러 나라에 대해서도 우리의 독자적인 외교역량을 과시하고 한국의 주체적 이미지를 크게 고양하게될 것 같다. 전 대통령의 작년 아세안 5개국 순방을 이웃 일본이 경탄과 쇼크로 받아들였던 사실이나 지난 5월 「부시」 미국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정부고위당국자로부터 이번의「키리만자로 계획」(전 대통령 아프리카순방계획)을 귀띔 받고 『놀랍다. 아프리카 권과 이렇다할 연계를 갖고 있지 않은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한국의 힘을 빌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이기도하다.
전 대통령이 순방할 케냐·나이지리아·가봉·세네갈 등 4개국은 모두 정치 및 경제자원 면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핵심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케냐는 현재 OAU(아프리카단결기구)의장 국이며 나이지리아는 비동맹조정위원 국이다. 따라서 전 대통령의 4국 방문은 탄자니아·소말리아·잠비아·콩고· 베닌· 짐바브웨· 토고· 기니· 말리 등 우리와는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주변의 친북 한국들에도 대한 수교를 위한 유형무형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들은 행정력이 미약하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아프리카외교는 정상과 정상간의 빈번한 회합에 의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 아프리카를 열정과 이해로 파악하고 각국 정상들과의 교환을 통해 일부 아프리카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국제적 지위, 민주평화통일정책 및 반 식민, 반 인종차별에 관한 막연하고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정부의 대 아프리카 진출은 비단 남북한 외교 각축장으로서의 정치적 중요성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는 광물자원의 보고로서 각종 공업원료, 특히 우라늄·망간·다이어먼드 등 군수산업원료의 최대공급지역으로 선진국들의 경제각축장이 되고 있다. 또 잠재적 수출시장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구미선진국이 이미 1백여 년 전부터, 일본 또한 지난 30년간 아프리카 진출기반을 다져온 것에 비하면 우리의 대 아프리카 인식은 아직 황무지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 대통령은 우리의 대 아프리카 인식이 일천한 것과 관련, 지난번 「모부투」자이레 대통령의 방한 때 국내기업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나하고 같이 아프리카에 가보자』고 권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전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순방에서도 지난번 아세안 순방 때처럼 국내의 많은 기업인들이 현지에 동행, 방문 국과의 민간합작투자 등 민간주도하의 경제협력방안을 활발히 진행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순방 국 또한 자원의 대국, 아프리카의 지도 국으로서 한국으로부터의 몇만 달러의 무상원조를 원하기보다는 소규모 공장건설 및 자원공동개발, 기술제공 등의 협력을 절실히 요청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이은 캐나다 방문은 작년 9월「트뤼도」캐나다 수상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 한·캐나다 양국은 같은 태평양국가로서 최근에는 10억 달러의 교역규모가 말해주듯 상호 보완적인 경제관계를 바탕으로 실질관계를 강화해왔다.
따라서 이번 전 대통령의 캐나다방문에서는 자원공동개발 및 기술협력에 의한 제3국 공동진출 등의 경협 증진방안과 함께 전 대통령이 최근 「프레이저」호주수상과의 수상회담을 통해 제의한 「태평양정상회담」개최문제가 폭넓게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순방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이미 오래 전부터 초청이 와있었던 가봉·세네갈과 함께 아프리카 순방계획이 사실상 확정된 것은 지난 2월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에서 비동맹지역 공관장 회의가 열렸을 때다. 당시 노신영 외무장관이 「샤가리」나이지리아 대통령을 만나 전 대통령의 나이지리아방문을 매듭지어 순방계획은 순조롭게 진척되었다.
이후 케냐와 자이레도 기꺼이 초청을 수락, 방문 국은 모두 5개국으로 확정됐지만 자이레의「모부투」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다녀간 점을 감안해 이번 순방 대상 국에서는 빼기로 했다. 이밖에 시에라리온·라베리아·가나 등도 초청의사를 밝혀 왔으나 너무 긴 일정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는 후문.
정부는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순방결정과 함께 이 계획을 「키리만자로 계획」으로 명명,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세심한 준비작업을 진행시켜 왔고 지난 5월에는 순방항로·구체적인 방문일정 등을 협의키 위해 홍순영 외무부 아프리카국장 등 1차 선발대가 20여 일간 현지를 답사했다.

<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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