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자도 패자고 없는 「포클랜드」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포클랜드사태는 아르엔티나 군이 점령 73일만에 영국군예 사실상 항복함으로써 군사적 총돌은 잠정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군사작전이 끝난 후 영국은 다시 점령한 포클랜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대처」정부를 비롯한 런던의 정가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피를 흘린 지금에 와서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와 주권문제를 협상할 수는 없다』고 「대처」수상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마찬가지 강도로 만약 포클랜드가 영국군에 점령당할 경우 『필요하다면 다음세대까지라도』주권회복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영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처」정부는 ①가능하면 국제평화 군으로 하여금 포클랜드휴전을 유지케 하고 영국군은 나토방위의 원래 임무로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이 방법이 불가능할 경우 ②포클랜드를 영국자체 힘으로 요새화해서『피를흘려 되찾은 주권을 피를 흘려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 가지 방안이 모두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는 점에 있다.
①의 방안을 구체화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국제평화 군에 병력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와의 관계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영유권주장을 놓고 영국이 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선행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따라서 그런 협상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영국정부는 현재 국제평화 군 안을 뒤로 미루고 ②의 방안, 즉 단독으로 포클랜드를 요새화해서 장기간 무력으로 주권을 지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클랜드의 요새화는 영국에 여러 가지 부담을 지우게 된다. 일정수준의 함정과 수비군을 주둔시키게 될 경우 유지비만도 년간 5억∼8억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군의 긴 보급로가 아르헨티나 군의 공격에 노출되고 간헐적으로 아르헨티나군의 기습과 폭격을 받게된다. 그런 장기소모전은 본질적인 부담 뿐 아니라 외교 면에서도 영국에 큰 압력을 가하게 된다.
첫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영국뿐 아니라 영국을 지지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게 돼 프랑스·서독·이탈리아 등 유럽 맹방들이, 그런 반감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영국과 거리를 두려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대소관계에 있어 미국과 유럽국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영국의 외교적 기능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둘째는 제3세계로부터의 반발을 받아 이들 사이에서 누려온 영국의 영향력도 위협을 받게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국제평화 군이나 포클랜드요새화 방안 외에 유엔신탁통치방식이나 혹은 통치권은 유엔에 주고 주권은 영국이 갖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엔의 기능은 이며 상징적인 의미조차 없게 됬는 데다 이 두 안이 모두 아르헨티나의 주권주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아 아르헨티나의 수락가능성은 전혀 없다.
영국에선 이런 딜레마를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포클랜드 작전에서 생포하게된 6천∼7천명의 아르헨티나 포로를 볼모로 해 아르헨티나 정부에 압력을 가하자는 안도 거론될 정도였다.
포클랜드전쟁은 이겨도 시원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딜레머 속으로 영국을 빠뜨린 것이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