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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요즘의 전쟁들이 보여 준 특색이다.
하나는 내정의 불안. 이란-이라크전쟁은 쿠르드족의 위협을 받아온 이라크 쪽에서 먼저 일으켰다. 엊그제는 「후세인」이라크대통령의 실각 설까지 파다했었다.
이스라엘-레바논 전쟁도 마찬가지. 「베긴」이스라엘 수상은 시나이반도 반환과 함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었다. 포클랜드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현 군사정권은 민중 시위로 심각한 소란을 겪고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강대국들의 냉담.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영국의 편이지만, 뒤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등을 두드리는 입장도 된다. 한편 소련은 아르헨티나로부터 1천5백만t의 곡물을 사야하는 처지. 그러나 상담은 중단되고 있다. 북새통에 값을 내려보자는 심사다. 결국 소련과 아르헨티나는 가재도, 게도 아니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이스라엘의 대부다. 그려나 최근 레바논과의 전쟁은 대부와 대자의 관계를 분간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의 노기 띤 분노로 결국 포화는 맞고 말았다.
이란-이라크전쟁도 고독한 대결이었다. 강대국들은 리프 서비스만 요란할 뿐, 베풀거나 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세 번 째 특색은 전진 없는 전쟁. 전력이나 사기와 관계없이 서로는 전진을 자제하고 있다. 레바논의 베이루트는 이스라엘의 포구 앞에서도 함락되지 않았다. 그보다도 이스라엘은 미리 철수를 약속하고 있다. 외교적인 담판 뒤의 일이긴 하지만. 포클랜드도 호각만 불면 영국군이 전진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톱 상태. 이란-이라크전쟁은 한족에서 자진 휴전을 선언할 정도다.
여기에 전술까지도 제한되었다. 일부 신형 무기들이 실험적으로 사용되었지만 무한 살육이나 무한 파괴는 아니었다. 폭격은 일부에 국한되었다. 승리를 위한 싸움의 양상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국민적 흥분이나 열광을 찾아볼 수 없다. 이겼다고 환호하는 군중도, 패했다고 흥분하는 군중도 없다. 차라리 냉소적 반응이다.
『국민을 위태하게 만들려면 전장에 내보내야 한다』는「뭇솔리니」의 웅변이 요즘 사람들 귀엔 코미디의 독백처럼 들릴 것 같다.
영국에는 때아닌 애국 논쟁까지 일어났었다. 보수 계 신문들은 공영방송인 BBC가『방화범과 소방대원을 똑같이 다루고 있다』고 비난. BBC는 『애국심에 관한 한 정부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응수.
끝내 BBC는 아르헨티나 쪽의 전황 발표까지 객관 보도했다. 『영국 수병의 미망인이나 아르헨티나 병사의 미망인이 다를 게 뭐냐』는 BBC의 항변은「비 애국」을 넘어 야유며 냉소다.
현대의 전쟁은 그것이 3차대전이 아닌 한 이런 카테고리를 넘지 못할 것 같다. 전후 37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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