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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10년 주역들은 잘 살고 있다|회고록 쓰고 TV출연…"억만장자" 닉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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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72년 6월17일 새벽2시,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미국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에 숨어들었던 다섯 사내가 형사들에게 붙들렸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넉 달 남짓 앞둔 때였다. 언뜻 하챦아 보였던 이「좀도둑」사건은 수사결과 이 밤손님들 중에 CIA와 FBI의 전직요원들이 끼어있으며 이들을 고용한 게 현직 대통령 「리처드·닉슨」의 재선추진위원회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추문으로 확대됐다.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닉슨」은 결국 사임했고, 측근의 숱한 공인들의 명예는 진흙탕에 뭉개졌다.
그리고 꼭 10년. 워터게이트 관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은 예전 못지 않게 잘 살고있다』는 게 US뉴스지의 대답이다.
10년이 지난 오늘, 연루자 중 감방 속에 남아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중 가장 오래 복역한 이가 기껏 4년4개월을 살았을 따름이다.
대부분은 직업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번창하고 있다. 몇몇은 워터게이트의 「참여자」로서 내막 얘기를 써 팔거나 유료강연을 해서 부자소리까지 듣게됐다. 범죄도 크게 저지르면 수지맞는 모양이다. 참회를 해서인지 종교활동에 열심인 사람도 두엇 된다.
▲「리처드·M· 닉슨」=대통령이란 직함 덕분에 기소를 면한 「닉슨」은 사건이 터지고서도 2년을 버티다가 74년 8월9일 탄핵을 피하기 위해 사임한 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재럴드·포드」의 사면령으로 법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게 됐다. 그 뒤 몇 년 동안은 캘리포니아주 샌클례멘티에서 회고록 등 책을 쓰면서 칩거했으나 금년 들어 TV출연·해외여행 등 사회활동을 재개했다. 회고록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80년 「닉슨」은 샌클래맨티에서 뉴욕으로 이사했다가 지난해 다시 뉴저지주 새들리버로 옮겨 고희를 한해 앞둔 원로정치가의 안온한 삶을 즐기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받는 연금은 연8만5천달러(6천3백75만원). 이것 말고도 책을 쓰고 TV에 나가 번 돈이 3백만 달러(22억5천만원)를 넘는다.
「닉슨」은 6월초 CBS-1V와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워터게이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이젠 어쩔 수 없는 옛일을 굳이 돌아보면서 안타까와할 필요는 없지요.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며 살겠습니다.
▲「존·N·미첼」=69년부터 3년 동안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사건당시엔 「닉슨」선거운동본부장이었다. 음모·위증 등의 유죄판결을 받고 19개월간 복역한 후 79년1월 워터게이트 피고인들 중 마지막으로 출옥했다. 원래 뉴욕의 변호사로 부유한 편이었지만 워터게이트이후 불운이 잇따랐다.
부인 「마더」와 별거했으며 복역 중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했다. 질질 끈 재판비용도 엄청났다.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변호사자격을 빼앗겼기 때문에 지금은 워싱턴에서 몇몇 회사의 고문일을 보고있다. 68세. 「닉슨」과는 아직 친구사이다.
▲「H·R·홀드먼」=「닉슨」의 백악관 비서실장이자 가장 가까운 심복이었지만 사건에 말려들었을 때 「닉슨」이 사면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18개울을 복역했고, 둘 사이는 틀려버렸다. 『권력의 종말』이란 저서에서 「홀드먼」은 「닉슨」의 워터게이트 은폐작전을 맨 처음부터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이 책으로 그는 최소한 50만 달러(3억7천5백만원)를 번 것으로 알려졌다. 55세. 원래는 광고업계에서 큰 사람이지만 지금은 LA의 부동산개발회사 부사장이다.
▲「존·D·엘리크먼」=57세 「닉슨」의 내정담당보좌관으로 「훌드먼」과 짝을 이룬 충복이었던 그는 타고난 글 솜씨와 유머감각을 십분 이용해 워터게이트 경험을 3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첫 저서 『권력의 증인』은 백악관시절의 회상록이며 다른 2권인『집단』과 『모든 진실』은 워터게이트에서 힌트를 얻은 소절이다.
그럼에도 재주가 있어 워싱턴시절 그렸던 스케치집도 곧 출판할 예정이다. 역시 18개월을 복역했으며 변호사자격이 박탈돼 집필이 생업이 된 셈이다. 「닉슨」과는 연락이 없다.
▲「존·W·딘」3세=33세의 젊은 나이에 「닉슨」의 고문변호사였뎐 「딘」은 상원청문회와 뒤이은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돌아선 덕분에 감방살이는 4개월로 그쳤다.
역시 변호사 자격을 빼앗겼지만 워터게이트에 관한 저술과 강연으로 한 재산을 족히 모았다. 그의 책 『맹목의 야망-백악관 시절』은 베스트셀러였고 부인「모린」도 책을 썼다. 43세의 한창 나이인 「딘」은 LA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증언 덕분에 감옥 행한 백악관 옛 동료들과는 물론 전혀 교류가 없다.
▲「모리스·H·스탠즈」=상무장관 역임 후 「닉슨」재선 추진위 재정위원장으로 워터게이트를 맞았다. 워터게이트와는 직접 관련이 없었으나 뒤이은 선거자금 조사에서 모금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 5천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74세. 캘리포니아주 패사디나에서 기업고문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레이건」대통령에 의해 연방정부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 이사로 지명돼 상원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의 워터게이트 중 「닉슨」의 궂은 일을 도맡아 집행인이란 별명을 얻었던 특별보좌관 「찰즈·콜슨」(50)과 선거운동부 본부장이던 「제프·매그루더」(48)는 기독교에 귀의했다.「콜슨」은 죄수와 전과자들을 갱생시키는 단체를 설립해 무보수로 봉사하면서 『갱생』『종신형』등의 책을 펴냈으며 「매그루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수학한 후 캘리포니아 주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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