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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모르는 사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적십자병원에서 4시간동안의 수술 끝에 다소 의식을 회복한 장남 홍수 군은『범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카메라 2대 없어져>
◇범행과정=경찰은 현장상황으로 보아 범인이 현관을 들어와 곧바로 자녀 3명이 잠자는 공부방에 침입, 나란히 누워 잠자던 은수 양 등 3명을 흉기로 내리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장남 홍수 군이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안방으로 달아났고 안방에서 잠자던 부인 이씨가 마루로 뛰어 나왔으며 범인이 홍수 군을 뒤따라가 흉기로 찌른 뒤 부인 이씨를 난자, 피아노 방에 쓰러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이 안방의 장롱과 문갑을 모두 뒤져 방안에 늘어놓고 카메라 2대(시가 15만원 상당)만을 챙겼고 마룻바닥과 소파 등에 묻어 있는 핏자국을 닦아 화장실에 버린 뒤 현관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씨 집 화장실에서 범인이 피를 닦는데 쓴 것으로 보이는 수건 2장과 부인 이씨의 분홍색 내의, 아들 홍수군의 티셔츠 2벌을 발견했다.
범인은 이씨 집 안방전화기의 코드 선을 절단해 놓았고 대문 인터폰 스위치를 빼 놓는 등 범행이 치밀했다.

<면 장갑 한 짝 발견>
◇수사=경찰은▲숨진 이씨 등의 상처로 미루어 범인이 등산용 도끼나 큰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거실의 핏자국 등을 모두 지우는 등 잔인성과 여유를 보였으며▲현관문이 열려진 외에 침입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면식범에 의한<원한>살인으로 보고 남편 이씨 주변에 대한 집중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또 범인이▲안방장롱과 문갑을 모조리 뒤졌으며▲공부방에 있던 의자를 안방으로 가져와 장롱 위를 뒤진 점▲캐논카메라 2대 등 피해 품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단순 강도살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이 버리고 달아난 피 묻은 면 장갑 한 짝만 발견했을 뿐 흉기 등 유류품을 찾지 못하고 지문채취도 실패했다.
경찰은 범인이 일가족 모두를 무참히 난자했으나 여러 명이 침입한 흔적이 없어 단독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적십자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홍수 군이 깨어날 경우 면식범이라면 사건이 의외로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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