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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마이클 잭슨이 나를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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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었던 한 이틀간 모든 사람이 나에게서 등을 돌린다는 착각이 들었다. 앞이 캄캄했다. 검찰조사 중이었던 몇몇 유명인사들이 자살했던 그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이래서 목숨을 끊는구나…. 그렇지만 요즘은 보시다시피 '초호화'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쫓기다시피 했던 글쓰기, 방송출연 일감이 떨어지니 좋아하는 그림만 그릴 수 있다."

지난 4월 일본 산케이 신문에 "일본이 한국 보다 한수 위"라고 발언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그의 인터뷰 기사가 거두절미하고 나가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가수.화가.방송인 조영남씨. 그를 13일 그의 청담동 집에서 만났다.

일본 NHK 방송이 8월 15일 생방송으로 방영할 종전 기념 대특집의 한국 패널로 조씨를 초대한 상태였다. 그의 여러 이력 중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을 앗아간 4월 그 사건. 지금 그의 생각은 어떨까. NHK의 정중한 요청에 아직 답을 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예의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작품으로 가득찬 거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보시다시피 얼굴이 너무 좋아졌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지나간 나의 과거를 조용히 복기할 시간이 없을 뻔 했다. 내가 한 일이 전부 엉터리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얼렁뚱땅 말년이 갈 뻔했다. 사실 자살까지 생각했던 내가 살아난 것은 평소에 친구들을 잘 둔 덕이다. '별 거 아니야'라며 친구들이 해주던 말들이 힘이 됐다. 아, 또 마이클 잭슨도 나를 살렸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하는 모습 보니 나는 누가 잡으러 오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옥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NHK 방송 출연은 결정하셨나요. 출연 섭외 오는 것을 보니 그 사이 일본에서 일본 전문가로 이름이 난 것 같네요.

-그 프로그램은 나 뿐만 아니라 중국.대만 대표도 함께 섭외했다. 나보고 일본의 문제가 뭔지, 일본의 미래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더라. 그렇지만 여러 사람 나오면 일본 시청자들은 패널들을 비교할테고 내가 말하려던 것과 본질도 달라질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 내 이야기가 아사히 등 여러 신문에 다뤄지면서 내가 쓴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은 일본에서만 수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래서 내 이름이 알려지고 NHK에서 섭외까지 들어온 모양이다. 옛날 같으면 상상이나 했겠나. 내가 뭐라고. 정치인도 아니고 학자도 아닌데 내가 한마디한 게 뭐 영향력 있다고 그런단 말인가.

인터넷 하십니까. 하도 홍역을 치뤄서 안티 세력들이 무섭지 않나요?

-인터넷은 안하지. 그래도 안티는 좋은거요. 안티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크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니까. 최근에 이미자.패티김씨와 빅3 콘서트로 전국투어했다. 속으로 얼마나 떨렸는지. 그래도 아낌없이 박수 쳐주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한번은 수원에서 시민단체 몇곳에서 내 공연을 반대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직접 만났다. 결과? 두시간만에 서로가 통했다. 나는 그들의 입장을 보듬고 일본과 상대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사고의 틀이 좀더 견고해졌다고나 할까. 그들도 나보고 이제는 '형이 NHK 가서 한번 잘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왜 한일 관계에 관심 가지게 됐나요.

-20여년전 첫번째 이혼하고 백수로 있는데 김한길씨가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때 둘이 만든 노래가 '화개장터'였다. 그 당시만 해도 전라도.경상도의 갈등이 첨예했다. 어찌됐든 이제는 지역 갈등이 그때에 비하면 많이 사라진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이런 큰 일을 노래하는게 가능하구나'하며 탄력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 갈등도 얼마나 역사가 깊은가. 이것도 한번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작살이 났지.

그림이 집안 가득한데 그림을 팔지않고 껴안고만 있는 모양입니다. 방송인.작가는 벗어던지고 화가 조영남으로만 남을건가요.

-화가 천경자씨는 생활할 정도만 그림을 팔고 모든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그린 것인데 돈 받고 남 주기가 어디 쉬운가. 우리 딸이 안그래도 오늘 MP3 달린 핸드폰 사달라고 하더라. 그런 일만 아니면 내가 그림 팔아서 돈 벌 이유가 없다. 전시회는 한다. 9월 16일에 워싱턴에서. 일본에서도 할 예정이다. 그 일 겪고 났더니 주위 사람들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재미있는 일도 많아서 그걸 글로 써보려고 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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