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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유아들도 음악회 즐길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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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곱살 미만 어린이들도 클래식 음악회의 당당한 관객이 될 수 있습니다."

음악회에 입장할 수 없는 7세 미만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기획, 6회 연속 매진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키즈 코리아 오케스트라' 허균열(35)단장은 "상상력 때문인지 유아들의 관람 수준이 청소년보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들은 울고 떠들기 때문에 공연을 망치기 일쑤라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의 오케스트라의 모토는 '유아들도 음악회를 볼 권리가 있다'는 것.

대구에서 7년째 클래식 공연기획을 해온 허단장은 "공연 수준의 눈높이만 맞추면 유아들도 얼마든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며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공연 1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로 시작해 '헝가리 무곡 제5번'(브람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모차르트) 등으로 이어간다.

2부에선 악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자주 보지만 어른들도 잘 모르는 악기들의 이름과 소리를 하나씩 들려 주는 것이다.

관람자가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보는 시간도 있다. 공연 후반부엔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인 '아기염소' 등 동요 메들리를 들려주며, 피날레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지난 3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 공연을 가진 키즈 코리아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47명. 지휘는 대구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지낸 권세홍씨가 맡았다. 유아 대상 음악회인 만큼 광대 복장으로 지휘를 한다.

최근 유치원생 2백여명과 같이 공연을 관람한 윤혜진(영희유치원)교사는 "아는 노래가 연주되면 따라 부르는 등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허단장은 "창단한 지 두달밖에 안됐는데 공연 수입이 웬만한 교향악단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키즈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어린이날에는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며, 올 하반기엔 전국 순회공연도 할 계획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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