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도요타에 포스코 강판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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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적용하는 도요타에 자동차용 강판을 수출하게 됐다. 포스코는 10월부터 도요타의 태국.인도네시아 공장에 매달 자동차 차체용 아연도금 강판 5000t을 납품한다고 13일 밝혔다. 자동차 한 대에는 강판 1t 정도가 사용된다. 따라서 이번 수출 물량은 자동차를 매달 5000대씩 조립할 수 있는 규모다. 도요타는 이 강판을 아시아 시장용 픽업과 다목적차량(IMV) 제작에 사용한다.

포스코는 1982년 현대차에 '포니'자동차용 강판을 납품하기 시작, 94년부터는 혼다.닛산.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에 수출했다. 2000년대 들어선 GM.폴크스바겐.피아트.시트로앵.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세계 주요 13개 자동차 업체에 납품해 왔다. 하지만 도요타에는 납품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이 거절당했었다.

자동차 강판 수출1팀 김지용 팀장은 "도요타 납품은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수 십 차례 도요타의 문을 두드려 온 포스코의 23년간 숙원이 풀린 셈"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그동안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과의 돈독한 관계를 이유로 구매를 미뤄왔다.

포스코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도요타 일본 공장 납품도 추진키로 했다. 내년 하반기 수출을 목표로 현재 광양제철소에 최첨단 방식의 자동차 강판 7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의 이번 수출은 올 초 도요타의 구매 담당 전무가 방한해 포스코 제철소를 둘러보고 품질을 현장에서 최종 점검한 것이 계기가 됐다. 포스코는 2001년 말 도요타의 본거지인 일본 나고야에 지점을 내고 도요타와 꾸준히 접촉해 왔다. 2002년에는 동남아 공장에 시범적으로 2000t을 납품했고, 지난해에는 7000t을 공급했다. 도요타는 지난 3년 동안 이렇게 납품받은 포스코 강판으로 승용차와 레저차량 등을 만들어 보면서 품질을 다각도로 테스트해 왔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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