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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중 "헛기침"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O…지난 28일 개최된 제1백13회 임시국회는 1일 밤 본회의에서 야권이 공동 제안한 장 여인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특위 구성 결의안과 국무총리 해임권고 결의안을 기립표결 끝에 모두 부결시킴으로써 5일간의 회기를 끝냈다.
국정조사특위 구성 결의안에 대한 제안설명에 나선 허경만 의원(민한)은 『검찰의 수사태도는 연출자 이외에는 알 수 없는 3류 극단의 극본과 같다』고 신랄히 비판하고 『7천억원을 주무른 장·이 부부는 단군이래 가장 위대한 범죄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유.
허 의원이 준비한 발언의 3분의2도 채 못한 상태에서 발언시간이 끝나버려 마이크가 꺼진 채 발언을 계속하자 정내혁 의장이 하단을 계속 종용.
3차에 걸친 정 의장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허 의원 발언이 계속되자 여당 의석에선 「헛기침」을 연발해 발언을 제지하려했고 야당의원들은 『감기 약을 갖다 주라』고 기침하는 여당의원들을 야유.
뒤이어 민정당의 전병우 의원이 반대토론차 등단하자 민한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침을 퍼부어 보복(?).
찬성토론에 나선 김완태 의원(국민)은 『의령사건 때 폭음에 놀라 멀리 달아났던 암소가 되돌아와 묵묵히 논갈이를 하듯 우리도 이제는 멀리 달아난 민심을 되돌려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키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조, 그러다가 「헌법모독」「강자정치」등 8자가 강경 발언 대목으로 지적되어 속기록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이원형 의원(의정)은 찬성토론에서 검찰수사가 「눈치수사」「회피수사」「양파수사」「비호수사」「여론수사」「한계수사」라고 몰아세운 뒤 『사건수사에 현장검증을 하듯이 사건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검증을 해야한다』고 주장.
이날 본회의발언 중 주목을 끈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선 민정당의 최명헌 의원.
재무위에서도 여당답지 않은(?) 비관 발언을 비교적 잘하는 의원으로 알려진 최 의원은 『여권에서는 반대토론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으나 자청해서 나왔다』고 말해 여당의원들을 당황(?)케 하기도.
찬반토론 끝에 실시된 표결에는 여야가 단 한 표의 반란도 없이 일사불란함을 보였는데 이날 표결에는 부친상중에 있는 김모임 의원(민정)이 검은 상복차림으로 참석해 이채.
김 의원은 표결이 끝나자 이종찬 총무의 권유로 퇴장하여 총리해임 권고결의안 표결에는 불참.
국무총리 해임권고 결의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위해 마지막으로 등단한 정규창 의원은 『우리는 지금 국민의 분노룰 달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한다』고 했다.
정내혁 국회의장은 밤 10시 산회를 선포하면서 『이번 국회는 엄청난 사기사건에 대한 의혹을 해소시키고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본다』고 평가하고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획기적 노력과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본회의에 앞서 하오 3시반부터 7시 넘어까지 열린 국회운영위는 국정조사 특위구성안과 총리해임 권고안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빚어졌던 이틀간의 민정·민한 대표 요담, 두 차례의 3당 대표회담, 여러 번의 총무회담, 민한당의 의총과 당무회의, 그에 대응한 민정당 당직자회의 등 긴박했던 사전분위기와는 달리 차분하게 진행.
하오 3시25분에 열린 회의는 여야간의 사전절충이 실패로 돌아간 탓에 여야의 상반된 입장을 요식행위로 처리했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법리적·정치적 논리를 치열하게 개진.
조중연 의원(민한)은 헌법97조 단서규정을 원용, 특조위 구성은 불가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정부는 국회가 정부의 비리를 손대려고 하면 수사에 착수, 국회의 조사착수를 언제든지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통박.
민정당의 이치호 의원도『솔직이 말하면 이번 사안에는 국정조사권발동의 근거가 상당히 많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국회는 스스로 만든 법을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반대.
총리해임 권고안이 의사일정으로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위헌여부를 제기했던 민정당측은 야당측이 물고 늘어질 기세를 보이자 어정쩡하게 꽁무니를 빼는 촌극으로 일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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