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경영한계 돌파구vs대형자본 독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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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불가능했던 의료법인간의 인수와 합병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는 안이 나온 건 2010년이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입법을 통해 18대 국회에 제출됐는데 시효가 지나면서 자동으로 파기됐다. 최근 보건의료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조치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원격의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등과 함께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조치도 추진력을 갖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정석훈 책임연구원에게 2010년 당시 추진됐던 제도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새롭게 추진될 제도의 내용을 가늠해본다.

2010년 추진된 안에서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재 성격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금기시 됐던 의료법 인간 재화의 이동을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공공재로 인식돼 온 학교법인과 사회복지법인 등은 이미 그 재화의 이동에 의한 인수·합병 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사실상 가치재이면서도 규범적으로는 공공재로 인지돼 온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효율화 할 수 있는 조치를 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료서비스의 형태는 가치재이기 때문에 각종 경영의 효율화 합리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실상 공공재라는 규범의 형태를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런 조직운영의 효율화와 합리화 등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없었다.

경영 한계 도달한 의료법인, 돌파구

현재 의료법인들 중 이미 경영상의 한계점에 도달해 법인의 퇴출이 요구되는 곳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운영에 한계상황을 맞이한 의료법인들의 건전한 퇴출구조가 마련되면서도 의료기관이 소멸되지 않는 구조로 제도가 마련되기 때문에 오히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으로 변화하게 된다.

법인이 퇴출될 뿐 의료기관은 존속하고, 존속된 부실 의료기관은 우수한 의료법인의 경영기법, 운영 기술 등이 적용됨으로써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것.

국민의 입장에서는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더욱 풍부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당연지정제의 양면성을 고려해 볼 때 부실한 의료기관에 국민건강보험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하는가의 측면에서 의료공급의 비효율을 억제할수 있는 제도기도 하다.

부실한 의료법인의 퇴출을 유도해 양질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

우수한 의료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경영을 합리화하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기존 의료이용환자에 대한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쟁점은 있다. 의료법인은 청산 시 재산의 국고 또는 동일목적 법인으로의 귀속이 원칙이다. 소관 지자체의 승인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돼 사실상 청산이나 인수·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의료공공성 훼손VS적대적 인수-합병과 다르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개념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첫째, 의료법인 합병 허용은 의료법인을 사회적 자산이 아닌 사적 소유물로 간주하고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둘째, 대형의료자본이 주변의 중소병원을 인수·합병해 특정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게 되며, 지방중소병원의 몰락 및 수도권 중심의 대형 재벌병원만 생존하게 된다는 목소리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훼손하고 의료비 상승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이와 같은 우려를 반박했다. 합병한 의료법인의 재산역시 개인의 재산이 아닌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립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등 여타 비영리법인의 경우에도 이미 합병절차가 마련 돼 있다. 또 의료법인과 의료법인과의 합병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단 점도 꼽았다.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우 대부분 학교법인 또는 특수법인(국립대병원)이기 때문에 의료법인과의 합병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중 의료법인 의료기관은 2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합병절차에 이사회 정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시·도지사의 허가절차가 포함돼있어 상법상의 법인간 적대적 인수·합병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석훈 연구원은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법인의 파산과 함께 의료기관도 소멸하게 된다. 법인은 소멸되더라도 인수·합병을 통해 의료기관을 존속시키는 것이 의료서비스의 안정적 제공 측면에서 더 유리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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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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