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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전에 재고 털자” 할인 경쟁 … 초기엔 책 값 상승 커 보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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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회사원 김보영(37)씨는 최근 온라인 서점을 돌며 책 쇼핑에 한창이다. 21일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전 읽고 싶던 책을 한꺼번에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주말에는 시내 서점과 북카페 등을 찾아 할인 중인 책들을 살펴본다. 그는 “21일부터 책 값이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전집류를 중심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열흘가량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과 구간을 가리지 않고 15% 이상 할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이 법안으로 책 값이 상승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개정안에 여러 허점이 있어 책 값 안정과 중소서점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서정가제, 왜 개정하나=도서정가제는 말 그대로 ‘도서를 정가에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책을 일반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인식, 보호·육성하자는 취지에서 프랑스·독일·스페인·일본 등이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선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한 할인경쟁을 막기 위해 2003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현행 도서정가제는 18개월 이상 된 구간(舊刊)과 실용서, 초등학생 참고서 등 예외조항이 많아 효과를 발휘하고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지난 10년 동안 중소 오프라인 서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번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현행 법의 예외 부문 도서들까지 모두 15%까지만 할인하게 해 중소 출판사 및 동네 서점을 활성화 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책 값 얼마나 오를까=할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21일 이후 실제 구입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특히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서점들이 반값 할인, 90% 할인 등 이른바 ‘재고털기’에 나서고 있어 구매자들은 책 값이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 취지는 무색해지고 소비자 부담만 높이는 ‘제2의 단통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은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 개정안 시행 후 책 값이 권당 220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장기적으로 책 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출판사들이 미리 할인을 예상하고 책 값을 높게 매기던 관행이 사라져 책 값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다. 할인을 못하는 대신 출판사는 출간 후 18개월이 지나면 책 값을 다시 매길 수 있다. 출판계는 구간의 재정가가 신간 가격의 70~80%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도서 가격, 특히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학습참고서의 가격이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매출만 늘 수도=개정안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도 거세다. 최대 15%로 할인폭을 묶었지만, 인터넷 서점은 배송료와 카드사 제휴할인 등으로 사실상의 추가할인이 가능하다.

 서점들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는 가격(공급률)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책이 현재 온라인 서점에는 5000~6000원에, 중소서점에는 7000~7500원에 공급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대행 윤철호 사회평론 대표는 “공급률을 그대로 두고 할인폭만 제한하면 출판사는 이득이 별로 없고, 결과적으로 인터넷 서점만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21일부터 할인율 15% 제한
“허점 많아 제2단통법 우려”
“거품 빠져 안정 될 것”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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