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민번호 남용 제한 100일, 공공기관은 여전히 월1820만건 수집해

중앙일보

입력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주민번호 수집을 엄격히 제한한 정책이 시행(8월7일)된지 약 100일이 다 됐다.그동안 나쁜 관행이 일부 개선됐다는 평가다.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 여전히 매월 1820만건을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 상 피해를 막기 위해 명백히 필요한 경우에만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주민번호수집 법정주의'를 도입한지 100일이 되면서 주민번호를 남용하던 관행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동참했다. 공정위는 이사화물·대부거래·상조서비스·국제결혼중개·전자상거래·입원약정서 등 약관에 주민번호 기재란을 삭제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주민번호 대신 생년월일만으로도 신용카드 명세서 확인이 가능해졌다. 통신요금 조회·요금자동이체, 철도·고속버스표 예매, 금융회사 대출가능액 조회 등이 생년월일만으로 가능해졌다. 렌터카를 빌릴 때는 운전면허번호를 제시해도 된다.

대법원은 민사·행정·특허판결에 주민번호를 기재하기 않기로 했다.

이처럼 제도 개선 효과 적지 않다.

그러나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공공기관과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주민번호를 여전히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행부에 따르면 법 시행 전에 주민번호를 수집했던 1886개 웹사이트 중에서 1059곳(약 20%)에서 여전히 주민번호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실명인증을 이유로 주민번호를 요구한 건수는 법 시행 전에 월평균 3189만 건이었는데 최근에도 여전히 월평균 1820만 건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디.

주민번호를 대신해 오프라인에서 회원가입용으로 쓸 수 있는 '마이핀(My-pin)' 번호를 117만 명이 발급받았다. 다만 마이핀을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관은 아직도 겨우 36곳 뿐이다.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에 따른 불편을 제기하는 전화와 국민신문고 민원이 지난달에만 1487건이 제출됐다.

안행부 개인정보보호과는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가 신속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민번호를 여전히 수집하는 웹사이트 측에 계도기간인 내년 2월까지 개선을 마치도록 점검과 안내를 계속할 방침이다.

안행부는 관계부처 점검회의를 12일 열어 7월 말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부처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까지 주민번호 수집 관행을 개선한 사례와 침해 사례를 개인정보보호 웹사이트(www.privacy.go.kr)에서 공모할 계획이다.

안행부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2월6일 이후에 주민번호 불법 수집 행위가 적발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김성렬 안행부 창조정부조직실장은 “그동안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는 소홀했다”며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