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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배틀배틀] 놀라운 번식력과 기동력 … 저그가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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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타크래프트의 세 종족 중 하나인 '저그'의 이미지는 독특하다. 엄청난 번식력과 발 빠른 기동력, 그리고 "튁 튓"하며 내뱉는 침 등 몸 자체가 무기인 종족이다. 자잘한 유닛부터 큼직한 건물까지 생김새도 징그럽다. 그러나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 중 가장 원초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종족이 바로 저그다. 테란 유저인 내가 보는 저그는 이렇다.

# 놀라운 번식력

저그 유닛의 모태는 라바(larva)다. 라바는 해처리라는 메인 건물에서 생산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생겨난다. 저그는 라바를 드론이나 공격유닛으로 변태시켜 발전한다. 라바의 수가 늘수록 번식력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다. 특히 자원 채집을 위한 해처리가 확장기지에 많이 퍼져 있을수록 테란에겐 엄청난 압박감이 밀려든다. 해처리는 저그에게 가장 중요한 유닛이며 테란에겐 '공격 대상 1호'다.

# 한발 빠른 기동력

저그의 자랑은 역시 빠른 기동력이다. 오버로드와 저글링 등 여러 방향으로 정찰대를 보내 단숨에 적의 진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저글링과 뮤탈리스크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다. 특유의 '치고 빠지기' 전술은 상대 진영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나는 이 두 유닛을 정교하게 조종하는 저그 유저일수록 더 무섭다. 저그와 맞붙을 땐 솔직히 더 긴장된다. 잠시만 방심해도 정찰대의 염탐에 이어 게릴라식 공격이 퍼붓기 때문이다.

# 뛰어난 저그 유저

'폭풍 저그' 홍진호 선수는 저글링이나 뮤탈리스크를 통해 적진을 정찰하면서 진영을 꾸린다. 약간의 틈만 보여도 여지없이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테란의 진영을 여기저기 찔러 놓는다. 정말 폭풍처럼 몰아치는 화끈한 공격에 경기장의 팬들은 수시로 탄성을 지른다. '공격형 저그의 원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투신(鬪神)'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성준 선수. 그도 2인자라면 서러워할 저그의 실력자다. '저그는 테란에게 약하다'는 통념을 깬 선수가 바로 그다. 특히 그의 저글링 럴커는 막강하다. 대부분의 테란 유저가 '알고도 못 막는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개성이 강한 뮤탈리스크 컨트롤은 테란 유저의 혼을 쏙 빼놓고도 남는다. 실제 경기에서 그의 컨트롤과 공격 기세는 굉장히 맹렬하다. 지난 MSL(MBC 게임 스타리그)에서 박성준 선수를 만난 적이 있다. 무려 40분 동안 막기만 하다가 승리한 경기였다. 그는 정말 끝도 없이 달려드는 밀물처럼 공격적인 저그 유저였다. 방어만 하기에 바쁠 정도로 말이다.

소속팀이 같은 박태민 선수의 별명은 '운영의 마술사'다. 그의 손놀림은 아주 침착하고 조용하다. 화려한 손놀림을 가진 저그 플레이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옆에서 그의 연습 경기를 지켜볼 때는 키보드 누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그는 차분하고 냉정하다. 병법서를 꿰고 있는 듯한 그의 플레이를 꺾으려면 테란 유저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승부수가 없다면 그의 운영 능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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