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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양성화 방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채파동을 계기로 사채 양성화방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정책적 욕구에 속한다.
지하경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채를 제도금융으로 흡수한다면 자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통화정책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금융비용의 부당한 부담증가도 막을 수 있으며 탈세의 소지도 없앨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사채를 양성화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내야 한다.
재무부가 금융산업발전 번의회를 열고 널리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은 환영 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26일의 번의회에서 나온 대금업 법 제정, 상호신용금고 설립자유화 등의 대안을 볼 때 사채 양성화를 지나치게 사채라는 대상물에 국한시켜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않나 하는 감을 준다..
사채가 필요악이라고까지 인식되다시피 왜 사상규모가 그토록 커지고 있나 하는 금융전반의 문제부터 다루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 금융 체계에 결함이 있다면 그것부터 시정하여 사상의 활동영역을 좁혀들어가는 것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채가 성행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공 금융의 기능이 약화되어 시중의 자금수요에 응하는 대금 공급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고있다.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수요에 무제한으로 공급파이프를 갖다대라는 것은 아니다. 적기에 적정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공 금융의 역량이 미흡하여 결국 사채가 끼어 들 소지를 넓혀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채양성화는 현행 공 금융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중은행을 조속히 민영화하여 상업은행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맡도록 하고 정책금융은 특수은행이 담당토록 자금의 공급 경로를 조절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중은행이 상업성에 바탕을 두고 기업이나 가계라는 고객을 창조토록 유도하면 서비스도 향상 될 뿐만 아니라 시중의 자금회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채의 활동영역을 축소시켜 무리 없이 사채를 제도금융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작용한다.
사채업자의 신고 의무화, 음성 사채업자의 처벌 등을 규정하는 대금업 법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오히려 사채를 더욱 지하로 잠복케 하는 부작용을 낳을 염려가 있다.
사채의 특성이라는 것이 바로 지하경제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한다고해서 지상으로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규제를 주내용으로 하는 법규의 제정은 가능한 한 삼가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사채가 발호 할 여지를 없애는 경제환경의 정비,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제도의 개혁이 근본적인 방안이다.
대금업 법에는 이자율이나 수수료율의 최고 한도도 규정하리라고 한다.
이자제한 법이 있는데도 중복해서 또 다른 규정을 두는 것은「법의 인플레이션」현상을 낳을 뿐이다.
그 밖에 신용금고를 대형화하고 설립을 자유화한다는 것은 사채양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난립을 막기 위해 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제한한다는 방침이므로 어느 정도의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신용금고의 설립 자유화도 시은의 완전민영화의 보조적 수단으로 간주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채를 법적인 규제로 양성화 할 수 있다는 견해는 단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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