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업정책에 불만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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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농민들의 60%가 자기생활에 만족치 못하고 있으며 77%가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나이가 젊은층일수록, 소득이 적을수록, 여자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4일 농촌경제 연구원팀(김동일·심재복·유철인)이 표본조사를 통해 펴낸「한국 농촌주민의 삶의 질」(80년 기준)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자기생활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 농민들은 59%가, 이장들은 66%가 각각「불만족」이라고 응답했다.
낮은 소득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커 자기소득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일반농민은 16%(이장21%)에 불과했다.
이 연구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특이한 사실은 일반 농민들보다도 마을의 리더격인 이장들이 더 비관적이고 불만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불만이다』라고 대답한 경우를 봐도 일반농민은 75%였으나 이장들은 88%나됐다.
또 현재 살고있는 자기부락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질문인『동네가 앞으로 잘 될 전망은 없는가』『고장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가』등에 대한 답변도 일반농민들은 64∼66%가, 이장은 70∼7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한편 농촌사회의 도덕규범이나 윤리관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조사대상 농민의 77%가『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연줄이나 배경 없이는 출세하기 힘들다』고 대답해 농촌사회의 불신과 회의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일반 주민의 78%, 이장의 70%가 불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출세하려면 정직하지 않거나 비도덕적인 일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한 경우는 43%에 불과했다. 이는 세상이 혼란스럽더라도 농민들 자신은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경향으로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조사결과 농민들이 자기부락이 발전성이 없고 살기 불편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일수록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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