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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 도법·영가무도 익힌다|전문·세분화되고 있는 대학가의 「우리 것 찾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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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려대 한국 얼 연수회 (회장 오교동·21·법학과 2년) 서클룸. 청색 도복에 적색 띠를 허리에 맨 뒤 두루마기를 입은 30여명의 회원들이 좌선하는 승려처럼 정좌하고 있다. 『음-아-어-이-우-』 회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장중하고 신비스러운 영가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마치 염불을 하듯 느린 음으로 시작된 가락과 박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삘라진다. 자연히 흥이 돋는다. 흥은 기를 불러일으킨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회원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흥이 절정에 이르면 회원들은 손과 발을 마음껏 흔들며 무아의 경지에 몰입한다. 이것이 영가무도다.
영가는 우주 삼라만상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라는 것. 때문에 『영가무도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드는 원시적인 우리 고유의 춤』이라고 오교동 군은 말한다.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한 대학생들의 활동이 이렇듯 전문화·세분화·다양화되고 있다.
종전의 탈춤이나 가면극 등의 범주에서 벗어나 원시 샤머니즘 종교 연구. 궁중 음악 재현, 향토 민요 조사, 국선 도법의 보급, 다도의 전승 등 내용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생들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신라의 화랑들이 심산유곡을 돌며 심신을 단련했던 국선 도법. 이것은 자연의 원기를 몸 안으로 받아들여 심신을 단련시키는 도법으로 단전 호흡을 통해 이뤄진다.
단전이란 인체의 배꼽 아래 부분으로 이를 통한 호흡이 단전 호흡. 국선 도법은 중기 단법, 건곤 단법, 원기 단법, 진기 단법 등 4가지의 육체적·정신적 수면을 쌓아야하는데 중기 단법만 해도 50가지 동작의 연속으로 이뤄진다는 것.
현재 고려대·청주대 등 전국 10여개 대학에서 국선 도법의 보급이 활발하다.
이상국 군 (23·청주대 3년)은 『국선 도법은 우주의 생성 법칙을 깨달아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겸허를 배우는 정신적 수양』이라고 말한다.
다도 문화 연구 또한 대학가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단국대 등 전국 30여개 대학이 서클 활동을 통해 다도의 수련에 심취하고 있다는 것.
단국대 「다도 연구반 은 지난 「국풍 81」 행사 때 여의도 광장에서 우리 고유의 다도를 재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고려대의 「한국얼 연수회」도 매주 금요일 하오 6시 영동 봉은사의 선혜 스님을 초빙, 「한국 전통 다도 강좌」를 열고 있다.
이같은 경향을 김만수 군 (20·서울대 2년)은 『동적인 것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의 정으로의 귀향』이라고 풀이한다.
궁중 음악의 재현과 전승 또한 대학가에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
서강대 국악반 (회장 구경회·22·영문과 3년)의 경우는 주 2회 30여명 등의 회원들이 모여 궁중 음악의 이론과 실기를 배운다. 장고·피리·해금·대금·가야금·거문고·아쟁·단소 등 준비된 국악기만 20여종. 봄·가을 2회에 걸쳐 전통 음악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구경회 군은 『궁중 음악은 당시 상류 귀족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서민층의 귀에는 낯설었다』며 『궁중 음악의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서울의 경우 서울대·고대·연대·이대·서강대 등 10여개 대학이 궁중음악·민속음악·가사 (가사=선비들이 부르던 노래)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각 대학 서클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숙명여대의 우리 문화 연구반은 전국의 유·무형문화재를 직접 답사, 선인들의 채취를 느낀다.
이 서클은 충남 부여군의 은산 별산제, 수원 용주사의 건축 양식 답사, 강화도 전등사의 답사 등을 올 여름방학 활동 계획으로 세워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밖에 가면극 연구회, 국어 학생 운동회, 민요 연구회, 탈춤 전수회, 한국 사상 연구회, 설화 및 전설 수집회, 향토 음식 보존회 등 각 대학마다 대학의 특기와 전통을 살려 「우리의 것 찾기」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김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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