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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교육’보다 ‘정치’에 몰두하는 교육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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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지난달 2일자 이 난에 ‘보은(報恩)인사 고민하는 조희연 교육감에게’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전문성·경험보다 이념을 우선한 조 교육감의 편향 인사를 지적한 내용이다. 구성원의 공감을 얻는 투명한 인사를 통해 공약을 실천해 달라는 여론을 전했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조 교육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엔 교육전문직이자 시교육청 핵심 인력인 장학사 선발에까지 정치적 색채를 드러냈다.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도입했다 폐지한 ‘민주시민교육’ ‘학교혁신’ 분야 장학사를 뽑겠다는 것이다. 장학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 교사는 “전공시험을 치르지 않는 해당 분야에선 무엇을 기준으로 장학사를 뽑는지 불투명하다”며 “전문성을 평가하기보다 조 교육감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조 교육감이 취임한 후 이번까지 드러난 편향 인사만 네 차례다. 공약 추진을 위해 꾸린 ‘혁신미래교육추진단’은 위원 113명 대부분이 진보 인사인 데다 참여 교사 70명 중 80% 이상이 전교조 소속으로 드러났다. 교육행정 경력이 없는 대학 교수, 진보 연구소 대표가 주축인 조직개편단도 논란이 됐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을 지정취소시킨 평가단 5명 중 4명이 전교조·진보 인사란 점도 지적됐다.

 조 교육감의 ‘일방 통행’에 교육계나 학부모 단체도 지쳤다는 반응이다. 시교육청의 한 간부는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반복되는 편향 인사로 인해 조 교육감의 ‘소통’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인사와 정책을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 단체 대표는 “소통하겠다고 불러놓고선 (조 교육감이)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 숨이 턱 막혔다”고 털어놨다.

 편향 인사가 낳은 정책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정이 취소된 자사고 학부모들은 지난 5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평가단 일부가 평가 지표 개발에 참여하는 등 불공정한 평가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내년 1학기부터 서울 초·중·고교에서 전면 실시하는 ‘오전 9시 등교’ 정책은 맞벌이 부모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반발에 부닥쳤다.

 조 교육감은 취임 직후 안양옥 교총 회장을 만나 “다 좋은 교육을 하자는 뜻으로 모인 만큼 편을 가르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최근 부쩍 ‘교육’보다 ‘정치’에 몰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 교육감은 교육엔 정치와 달리 내 편, 네 편이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실패한 정치’가 어른거려 하는 얘기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