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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코너-가정의학(산부인과 질환)|자궁암과 성병(9)|김승조<강남성모병원 상부인과 과장-25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여성에 있어서 자궁암이나 유방암만큼 무서운 질환은 없을 것이고 성병에 감염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성병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성생활로 연유해서 성 기관에만 질병을 일으키는 일부 질환이 부인암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그 이유는 이들 질환이 자궁암 발생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적으로 꽤 유복한 37세의 부인이 심하고 반복적인 대하증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아온 일이 있다.
병력을 들어보니 3년 전 냉이 심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진찰 후 담당의사가 자궁경관이 많이 헐어서 그렇다고 전기소작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는 것. 치료를 받고 나서 얼마간은 좋아진 듯 하더니 다시 같은 증상이 나타나 2∼3개월마다 질정이나 세척제로 치료를 하면 괜찮고 그렇지 않으면 심한 대하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부인의 진찰 결과 자궁이 다소 커진데다 자궁경부에 심한 염증이 있었고 황녹색 냉을 볼 수 있었다. 계속 치료를 받은 탓인지 대하가 생각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암 검사와 세균현미경검사, 배양검사를 한 결과 트리코모나스 원충이 발견됐고 질 확대경 검사에서는 자궁암의 전 단계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트리코모나스성 질염 등은 외래를 찾는 부인과 환자의 약 25%에 해당할 만큼 많은 질환이고 꼭 성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성행위에 의한 감염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이 병은 부부가 감염되어도 남자 쪽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한쪽만의 치료로는 해결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있다.
그 이외 성행위로 인해 감염되는 부인과 질환에는 전통적인 성병인 임질·매독을 비롯해 비임균성 요도염의 원인이 되는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이 있고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진균감염, 콘디륨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감염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궁암과의 연관 때문이다. 일례로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자궁경부 상피세포의 핵 속으로 들어가서 유전인자를 바꿔놓게 되면 암세포가 형성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으며, 트리코모나스나 기타 질환도 직·간접적으로 세포의 변이와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나와있다.
실제로 필자가 최근 조사해본 자궁암 유발인자를 열거해보면 ▲20세 이하의 초혼 ▲출산경력이 많은 부인 ▲부부 어느 한쪽의 성생활이 난잡한 경우 ▲배우자를 일찍 잃은 부인 ▲성병이나 그와 유사한 질환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이다.
자궁암은 앞의 예를 든 부인처럼 전 단계(전구층)에서 발견되면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로 치료될 수 있고 0기나 2기초의 부인이라도 자궁적출, 광범위 절제술 등으로 일상생활을 할수 있는 것이 다른 암과 다르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더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협조적인 치료 등으로 자궁암의 유발인자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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