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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여인 사건은 성실히 살려는 많은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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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소기업인>돈 필요한 중소업자 외면한 은행|진실한 기업인 대우하는 풍토를|김남기<서울 용산구 한남동 739의16>
수출의 일선에서 뛰는 중소수출업자의 한사람으로서 장 여인사건은 정말 충격이었다.
선적일자와 품질관리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야하며 운영 자금이 부족할 땐 구두밑창이 닳도록 은행문을 드나들며 살아간다.
은행에선『담보능력이 없다』『자금사정이 나빠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하기 일쑤고 그 때문에 벌써 몇 년째 금융지원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중소업자들이 겪는 일이다.
과연 은행측의 말이 정말이었는가 아니면 거짓이었는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권력자(?)가 뒤를 봐주는 기업에는 담보도 없이 수백억원씩 대출, 그 돈으로 사채시장·증권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업자들에겐 은행은 철저한 구두쇠 노릇을 해온 것이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정말 진실하고 성실한 기업인들이 대우받는 풍토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무직>시중은 민영화·중앙은 독립보장|관치금융의 패단 시정계기 돼야|김지현<서울 강서구 신정동>
금년 5월은 온 국민에게 잔인하고도 슬픈 달이 됐다. 한 여인의 겁 없는 불장난 치곤 그 충격이 너무도 컸다.
단돈 10원을 아껴 저축하는 주부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깊고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 또 그만큼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혹도크다.
정부당국이 사후약방문 격으로 각종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할 것 같다.
중앙은행이 재무부 남대문출장소에 비유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허수아비에 비유되는 판에 이런 사건이 다시 터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시중은행의 민영화,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을 통한 관치금융의 폐해가 없어져야만 말도안 되는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부>서민에게는 원칙 앞세우는 은행|"특권 앞엔 무기력"언제 고쳐지나|조민희<충남 대전시 문화동 284의66>
돈이란 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란 말이 있지만 살아가는 한 돈의 위력은 절대적이고 그러기에 우리는 한닢 동전도 귀하게 아끼며 저축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을 일찍 여윈 나는 홀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절약만이 생활의 방편이었다. 이 어미를 닮아서인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아이들도 월급을 절약하고 남는 돈을 매달 나에게 부친다.
이 돈을 다달이 은행에 저금하고 몇 달을 모아 1백만원이 되면 정기예금을 드는 것이 나의 일이라 은행을 드나드는 것이 일과처럼 돼버렸다. 한번은 은행에 도장을 바꾸어가 찾을 이자를 못 찾게 됐다.
이 돈을 받아야 적금을 부을텐데 마감시간이 가까와 집에 갔다올 수도 없었다.
은행창구에 부탁을 했으나 거절을 당하고, 야속하지만 은행이란 그럴 수밖에 없다며 되들아 왔다.
그러나 이번 장 여인 사건을 보면 그 잘난 여인에게 은행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돈을 내줬다. 차라리 미모와 화술에 홀려 일이 벌어졌다면 웃고도 말수 있겠으나 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성실히 살려고 노력하는 서민에겐 인색한 은행이 특권 앞엔 치사할 정도로 무기력하다니 한심한 이 풍토는 언제쯤이나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인가. 푼푼이 모은 내 예금통장이 오늘처럼 초라해 보인 적은 없다.

<은행원>돈에 가장 약한 것은 바로 은행원|예금유치 등 내부 애로사항 많다|최소현<서울 동작구 사당4동229>
은행원으로 밥을 먹었던 한 사람으로서 요즘의 장 여인 어음사기사건, 그리고 과거의 크고 작은 금융부조리 사건을 지켜보면서「희생된」같은 은행원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어찌해서 이것이 은행원들의 죄인가? 은행원들은 항상 예금권유를 위해 뛰어야 한다. 개인당 목표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고객(예금주)은 왕이다. 누가 왕의 의사를 거역할 것인가?
모든 기업들이 제나름대로 고충이 있듯이 은행도 은행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것이다.
그 고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세상 사람들은 은행원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칼질이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에서 은행원의 잘못이란 『고객을 왕으로 모신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돈에 가장 강할 것 같으면서도 가장 약한 것이 바로 은행원이란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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