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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장뇌삼 마을 "심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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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권오만씨가 직원들과 함께 천방산에서 산양삼(장뇌삼)을 캐고 있다. 김방현 기자

9일 충남 서천군 판교면 금덕리 천방산(해발425m) 자락. 잡목이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서자 나무 밑에 야생초와 함께 자라는 장뇌삼이 촘촘히 심어져 있다. 천방산은 물론 인근 야산까지 온통 삼밭이다. 판교면에서는 농가 23곳이 천방산 주변 60여만 평에서 장뇌삼을 기른다. 이곳이 '장뇌삼 마을'이 된 것은 11만 평의 삼밭을 소유하고 있는 권오만(48)씨의 노력 때문이다.

그가 천방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 부친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하고 나서다. 산세가 험한 천방산의 부친 묘를 자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특수작물을 길러보기로 했다. 강원도 삼척의 한 인삼 재배농가에서 60만원을 주고 장뇌삼씨 500g을 사다가 천방산 자락 1000여 평에 뿌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13년 동안 사업 때문에 씨 뿌린 사실을 잊고 있었다.

95년 우연히 천방산을 찾았다가 과거 자신이 뿌려두었던 삼씨가 싹을 틔워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12년 된 장뇌삼 10여 뿌리를 캐서 주변 사람들에게 300만~500만원씩을 받고 팔았다. 산에서 키운 삼이라고 하자 "효과가 산삼에 버금갈 것"이라며 너도나도 사겠다고 나섰다. 횡재한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삼 재배에 전념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 그는 천방산에 집을 짓고 종중 소유의 천방산 일대에 삼씨를 심었다.

96년부터 판교면 일대 농가들에도 삼 재배를 권했다. 여러 농민이 함께 재배해 단지를 이루면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재배를 원하는 농민들에게 삼씨도 나눠주고 기르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그 결과 20여 농가가 참여했다. 권씨는 4년 전 이들 농가와 함께 작목반(산지자원개발연구회)을 만들었다. 권씨를 제외한 나머지 농가는 천방산과 그 주변에 1000~4만 평 규모의 삼밭을 갖고 있다. 천방산 일대는 응달이 많은 데다 호수를 끼고 있어 습도가 적당히 유지돼 삼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권씨는 "삼은 특별한 영농기술이 없어도 재배할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이라는 점을 농민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뇌삼을 제약회사 등에 납품했고 지난해에는 가을철 삼 수확기에 맞춰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관광객이 직접 캔 삼을 뿌리당 10만~15만원씩 현장에서 팔았다. 또 삼값만 받고 삼계탕도 끓여주었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적중, 지난 한 해 동안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목반 농가 가운데 세 농가는 지난해 5000만~6000만원어치의 삼을 팔았다. 041-951-3349.

◆ 장뇌삼=장뇌삼씨를 산에 파종해 기른 것을 말한다. 산에서 자생한 산삼보다 뇌두(뿌리와 줄기 사이 마디)가 길다고 해서 붙여졌다. 장뇌삼은 산림 속에서 사람의 도움 없이 자연 그대로 자라게 한 뒤 8년근 이상돼야 수확한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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