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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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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미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실망한 미국 유권자들이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을 심판하며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공화당이 장악했다. 이날 켄터키주에서 승리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대만계 부인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루이빌 로이터=뉴스1]

2016년 미국 대선의 전초전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반 임기 2년을 결정할 지난 4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압승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5일 오전 6시 기준 개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은 상원 선거에서 경합한 13곳(민주당 10곳, 공화당 3곳) 중 민주당이 차지했던 아칸소·웨스트버지니아·몬태나·사우스다코타·콜로라도·노스캐롤라이나·아이오와 주 등을 탈환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의 고전이 예상됐던 켄터키·캔자스·조지아 주에선 공화당이 수성했다.

 이에 따라 상원 정수 100명 중 36명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기존 45석에서 다수당(51석 이상)이 되기 위한 마지노선인 6석 이상을 얻으며 하원에 이어 상원 권력마저 민주당에서 가져왔다. 2년 후 대선도 여소야대라는 유리한 국면에서 치르게 됐다. 435명 전원을 선출하는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다수당 지위(과반 218석 이상)를 유지한 것은 물론, 기존 233석에서 최소 242석으로 늘리며 공화당의 역대 최다 하원 의석인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의 246석에 근접했다.

 야당이 상·하원을 동시 장악한 것은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때 치러졌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달성한 데 이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준 데 이어 4년 만에 다시 상원까지 넘겨주는 잇따른 선거 참패로 급속한 레임덕을 맞게 됐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최저임금 인상, 이민 개혁, 건강보험 개혁 등은 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또 ‘현재 권력’의 국정 장악력이 사라지며 민주·공화 양당은 ‘포스트 오바마’를 찾기 위한 대선 레이스로 사실상 접어들었다.

 공화당 승리의 배경을 놓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일제히 중간선거 기간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에 육박하는 낮은 지지율로 상징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들었다. 갤럽에 따르면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의 39.1%와 비슷한 41.5%에 불과했다. 이는 바깥으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슬람국가(IS)의 발호, 안으론 건강보험 개혁의 좌절에 이어 피어볼라(fearbola)로 불리며 국민적 불안을 야기했던 에볼라 사태에 대한 중구난방식 대응 등 내우외환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증가를 업적으로 내세우며 선거전에 나섰지만 유권자의 분노를 달래지 못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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