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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와 "돈의 행방"「루머」일소할 계기|이규광씨 연행…「사채파동」조사 막바지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풀려 나가는 의문점>
이규광씨를 구속키로 한 결정은 미증유의 파문을 일으킨 이번 장 여인 사건해결과 관련하여 하나의 장을 바꾸는 정치적·법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관계기관으로부터 이 사건의 일보를 접하고「엄중 조사·의법 처단」을 지시했다. 전대통령은 또 지난 11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앞서서도「철저한 진상조사와 지위고하를 막론한 관련자의 엄단」을 지시했으며 14일 국무회의에서는 『이 사건 관련자는 대통령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든 엄단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씨가 영부인의 숙부라는 점에서 이씨를 구속키로 한 것은 전대통령의 이러한 결연한 의지를 실증한 또 하나의 실례라 하겠다.
이는 지난번 이권에 개입한 4촌 동생을 구속하고 아끼던 부하장성을 예편시켰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수사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배후」와 「돈의 행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지난번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큰 거리가 있어 오히려 의문만을 가중시켰고 수사주체에 대한 불신감마저 일부 자아냈던 게 사실이다. 이씨의 구속결점으로 그러한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형소 법은「범죄혐의가 있다고 생각할 때는 범인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1백95조).
최고통치자인 전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음을 명백히 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입법 취지일진대 이씨의 구속은 지금까지와는 장을 달리하는 하나의 새로운 시작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시중에는 온갖 소문과 추측이 꼬리를 물어 나라의 윤리적 기반이 침식될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억측의 상당수는 근거가 희박하고 논리에도 맞지 않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사실과 다른 소문이든 사실에 가까운 소문이든 누구나 무엇이든 법에 어긋나면 다 조사하고 처단한다는 성시한 자세가 쌓일 때 국민의 이해도 비례한다.
전대통령은 평소 부정·부패는 안보적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역설해 왔는데 그것은 부정·부패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허물어 국기를 흔든다는 인식에서였다. 이번 사건으로 과거의「불신」이 다시 되살아날 위험이 무척 커졌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극명한 해결이야말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확립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그러려면 의심이 나는 모든 점에 대한 철저한 조사만이 처방일 수 있다.
이종원 법무장관은 17일 하오 그 동안의 수사결과를 전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거기에서 이씨의 관련사실이 제시되고 그렇다면 구속할 수밖에 없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범죄 사실 없다">
18일로 23일째를 맞는 검찰의 이철희·장영자 부부 어음사기사건 수사는 은행장과 기업간부 등 16명을 구속함으로써 이 사건의 주요부분을 이루었던 금융과 기업비리는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배후세력규명은 검찰이 수사착수 22일만에 장 여인의 형부 이규광씨(57·전 광업진흥공사 사장)를 연행,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밝히기 시작, 사건의 최대 관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 사건배후의 보이지 않는 세력의 척결이 온 국민의 상처와 분노를 진정시키는 약효 빠른 진정제일 뿐 아니라 깨끗한 정의사회구현이란 국가목표실현의 증거이고 검찰의 명예와 공신력이 걸린「마지막 고비」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처 단적 기능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한계성」을 보여줬던 예는 흔히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수사착수과정에서부터 검찰고유기능의 대권을 확인 받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검찰이 배후세력수사에 쾌 도를 뽑지 못했던 것은 이 미묘한 부분을 순수한 「수사차원」에서 다룰 것인지 또는 「정책적 차원」에서 처리할 것인지를 결점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검찰의 그 동안의 방향과 모색은 결국 이번 사건이『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죄구성요건과 증거의 확보』보다는『국민총화와 조속한 경제질서회복을 위한 정책차원이 우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17일 이규광씨의 신병확보는 이 같은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까지 검찰고위층이나 수사실무진 누구도 『이씨의 구체적 범죄사실을 잡지 못했고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는 구속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검찰설명에 따르면 이씨 부부 사기행각의 배후수사는 ▲금융배후 ▲정치세력의 비호 ▲이철희씨 경력에 얽힌 압력 ▲음·양으로 이용한 듯한 척 세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속된 전 조흥 은행장 임재수씨나 전 상업은행장 공덕종씨는 이·장 부부와는「악어와·악어새」같은 공생관계이지만 이들 부부의 부정금융의 하수인인 지점장 급에 대해서는 일종의 금융배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기업인 일신제강이나 공영토건도 이들 두 행장의 비호가 없었다면 그토록 이·장 부부를 맹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풀이다.

<만난 일은 없다지만>
이규광씨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지난 7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때였다.
이 때부터 장 여인의 형부인 이씨는 대한노인회장 이규동씨의 친동생으로 금융특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세력」으로 세상은 평가했다.
이규광씨에 대한 검찰수사도 이러한 초점에서 출발해 은행장, 사채업자, 기업간부, 이·장 부부의 진술에서 차츰 실제적 영향력의 윤곽을 잡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척 세 배후수사는 이씨의 구속이 은행장 등의 수사가 전제가 됐듯이 앞으로 이씨에 대한 본격수사가 또한 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공영토건과 연관하여 나돌고 있는 정치세력권의 관련여부.
검찰은 장 여인이 만난 일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들 부부의 어음사기나 대출부정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공영토건과의 유착과 기업에 대한 비호여부는 공영에 대한 수사가 계속됨에 따라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수사는 바로 공영이 국내건설업체 중 50위를 맴돌던 선에서 최근 12위로 급성강한 배경과 장 여인이 9배의 어음을 요구할 때『국가사업에 관련된 자금』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점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옥조·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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