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술대전의 인상

국전제도 개혁 이후 첫 번째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수상자들이 발표되었다.
서예와 공예분야로 이루어지는 이 봄철 미술대전은 우리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고 하겠다.
이 미술대전의 의미는 과거 국전 30년의 공과를 일단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제도를 정비해서 출발했다는데 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뜻보다도 과거에 누적되었던 불 합리와 병폐를 일단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대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기성작가의 특권과 권위가 과대하게 노출되어 예술 행태 그 자체의 의미를 손상시켰던 부작용을 제거하고 순수한 신진작가들의 자유경쟁으로 다양한 예술창작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신진기예의 창의적이고 분방한 창작정신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예술작품을 통해 발산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오로지 작품자체의 예술성만으로써 우열이 평가되는 공정심사의 제도는 이 미술대전의 명분인 것이다.
따라서 첫 번째로 열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의미는 실로「공정한 심사」의 실현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보면 이번 미술대전은 우선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수상작품들의 질적 수준이 갑자기 향상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항상 말썽이 되었던 심사위원 선정과 이들의 작품심사에서 빚어졌던 말썽들이 우선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 성공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작품평가의 능력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기본적인 심사위원의 자질이 논리 되었던 과거엔 학연이나 지연 등 파벌과 금전수수에 따른 정실심사로 늘 사회의 물의를 빚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에는 과거와 같이 초대작가에 국한하지 않고 재야작가와 평론가들도 선임해 평가의 눈을 다양화했고, 비교적 공정성에 충실할 만한 양식 있는 인사를 선정했다고 한다.
모든 심사과정이 공개되고 담합의 기회를 배제한 것, 또 기명채점으로 정실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이 같은 심사위원선정과 작품심사의 공정성 유지가 새 제도의 장래에 희망을 주고 있는 것도 하나의 성공이다.
그것은 먼 미래의 성공만도 아니다. 이번 미술대전의 응모작품수가 많았던 것이 바로 그걸 설명하고 있다. 회화의 경우는 역사상 가장 많은 출품이었고, 서예 또한 과거와 엇비슷한 숫자이지만 기성작가전이 별도로 열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강의 수적 증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술대전에 대한 작가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니, 작가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관심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의 심사에조차 공정성이 결여될 때 양심 있는 예술가는 좌절하거나 추 반할 밖에 없고 좋은 작품은 제작될 수 없으며 우리 문화예술의 향상발전을 기하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성을 살리겠다는 제도개혁의 의지를 믿고 응모작이 많았다는 것은 우리 예술발전의 희망을 반영한다. 작품이 많다는 것은 작가들의 의욕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당연히 좋은 작품의 출현을 기대케 한다.
기법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현저히 드러나면 전반적인 작품의 질적 향상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대를 주고 있다. 예술이 또다시 예술외적 부패와 부정으로 더럽혀지지 않도록 엄정하게 제도를 관리하는 노력을 당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