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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했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4일 국회 재무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임재수 전 조흥은행장과 공덕종 전 상업은행장은 이날 밤늦게 각각 대 검찰청으로 연행됐다.
○…임씨는 이날하오 10시45분쯤 검찰수사관 1명과 함께 서울 3마9678호 레코드 승용차 편으로 국회를 떠났다.
승용차는 바로 검찰청으로 향하지 않고 뒤따르는 취재 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영등포 로터리∼제l한강교∼용산을 거쳐 엉뚱하게 화신 앞과 안국동 근처를 배회하다 세종로∼광화문∼서대문 로터리∼의주로를 통해 치안본부 수사대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뒷문으로 빠져 나와 검찰청으로 들어섰다.
이때가 하오11시35분쯤. 엷은 감색 양복에 물방울무늬 넥타이 차림의 임씨는 대기하고 있던 20여명의 보도진들이 한꺼번에 플래시를 터뜨리자 당황한 나머지 실랑이를 벌이다 안경을 떨어뜨려 안경다리가 부러졌다.
임씨는 거액대출 경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내가 전화 한통만으로 몇 백원씩 내줄 사람인가』라고 혼자말로 자탄했다.
수사관에 이끌려 청사 정문으로 들어선 임씨는 7∼8분간 플래시를 터뜨리는 보도진들에게 잠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서자 곧 체념한 듯 다리가 부러진 안경을 손에 든 채 플레시 세례를 받았다.
온통 얼굴이 땀 투성이인 임씨는 이때도『내 맘대로 내 주다니…』라는 탄식을 토했다.
○…공덕종 전 상업은행장은 임씨보다 1시간10분쯤 후인 15일 0시45분쯤 서울1마5937호마크V 승용차를 타고 3명의 수사관에 의해 연행되었다.
공씨는 검은색 양복에 체크무늬의 넥타이 차림이었으며 2명의 수사관이 양팔을 잡고 청사앞문을 통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기까지 5분 동안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공씨는『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시 눈길을 주었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임·공 양씨는 전날 철야 심문을 받고 14일 국회 재무위에서 종일 시달려서인지 무척 곤한 모습이었다.
임재수 전 조흥은행장은 국회를 떠나기 전 2층 의원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요기를 하고 나웅배 재무장관 등과 잠시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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