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와 진단 능력은 무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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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원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들도 대다수가 박사학위를 취득함으로써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대중의 박사 선호 경향에도 문제가 있지만 대학이나 의사자신들의 자세, 학위 소지자를 우대하는 의료기관과 대학에도 문제는 있다고 본다.
또 임상의학의 경우 전공의과점과 대학원 과정간에 내용의 중복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전문의와 박사학위 소지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전공의 과정 중에는 대학원 수학을 허용하지 않아야 하며, 일반인에게 박사학위가 의사의 진료능력과는 무관한 것임을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고 이 제안에 대해 신현탁 부장(시립 강남병원)고윤웅 교수(연세대의대) 등은 수련의가 대학원 과정을 함께 하거나 현직에 있으면서 학위과점을 함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특히 임상의의 경우 학위는 진료능력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황일우 교수(경북대 의대) 같은이는 사회관념에 영합하기 위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의사가 많다면서 의과대학의 대학원 과정을 없애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김진복 교수(서울대 의대)는 수련의과정이 대학원 교육과 중복된다고 없애야 한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면서 임상분야의 박사과정이 의학발전에 공헌한 것이 지대한 이상 그런 교육의 기회를 봉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서울대 의대 김용일 교수가 대표 발표한「의학교육 제도 개선」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는데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현 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보다는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제도개선에 대한 의견을 숱하게 모았으면서도 결과는 항상 흐지부지 되었음을 상기, 이번만은 뭔가 진전이 있기를 촉구했으며 자신의 이익을 너무 앞세운다는 자성의 소리도 있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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