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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또 하나의 인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따르르륵 따르르륵…』
피사체들이 카메라의 작동에 따라 한 커트 한 커트 렌즈에 빨려들면 대상은 이미 자연 아닌, 재창조된 하나의 영상으로 필름에 담겨진다. 사진은 그저 찍는 것이 아니라「만드는」 것이다.『어떤 장면을 잡을 것인가가 항상 망실여집니다. 취미의 맛이 몰두하는데 있다지만, 사진촬영이야말로 구상 단계부터 그 맛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이영주씨 (39·코리아 건실 영업부장)는 카메라를 30년 가까이 만져 온 사람이다. 샐러리맨으로서 취미를 찾은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에 훨씬 앞서 취미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고향 충남 위산 옆집에 사진관이 있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하루는 소풍을 갔는데, 옆 집 사진사 아저씨가 검은 포장을 둘러쓴 채 주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것이 그렇게 신비스러워 보일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암실까지 들락거리며 조수역할도 하면서 아저씨에게 사진기술을 익혔다. 중2때 처음 카메라들 손에 넣고는 방벽에 창문을 내 파고들어 오는 햇빛으로 사진현상을 해낼 만큼 일찍부터 사진에 미쳐있었다.
『사진촬영이 다른 취미보다 좋은 것은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가족들과 야외에 함께 나가 즐기고 사진도 찍으니까요)
이씨가 정적인 스틸 카메라에서 8mm무비 카메라로 취미의 영역을 바꾼 것은 10년전. 한참 젊은 때라 동적인 것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사실은 결혼 생활과도 관계가 있다. 결혼과 아이들의 탄생 등「잊혀질 순간」을 기록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비 카메라가 좋았다.
남들의 취미생활이 직장 생활의 권태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씨는 사진이 직장보다 먼저였던 만큼 오히려 취미를 직장에 조화시킨 경우가 된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도, 지금의 건설회사에서도 중요한 행사 때마다 그의 취미는 동원됐다. 카메라맨이 따로 필요 없었다.
1백여 편 만들어 놓은 작품 중 건설현장을 주제로 한 것이 절반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78년에 홍수로 안양천이 넘쳤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의사가 긴급 복구공사를 맡았는데 밤샘을 해서라도 피해를 줄여야했습니다』
그때의 긴박감을 필름에 담은 것이「땀과 댐」.
그가 지금도 제일 먼저 떠올리는 작품중의 하나다.
아마추어들의 무비 카메라 작품은 한편 길이가 필름한롤 길이(50피트)인 3분이 보통이며 길어야 10분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촬영대상 및 장소를 찾는 소위 현 팀과 작품구상에 1주일, 촬영과 현장에 3∼4일, 다시 편집과 녹음에 1주일 가량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한달이 지나가 버린다는 것.
『직장에서도 위치가 올라가니 시간적 여유가 줄어듭니다. 요즈음은 그래서 새 작품 제작보다는 옛 작품을 다시 꺼내 재편집도 하고 녹음도 손질하는 정도입니다』<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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