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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복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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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복싱규칙을 만든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1743년 8월16일 베어너클(맨주먹 복싱)선수「재크·브로튼」이 경기 규칙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 냈다.
ⓛ매회 선수는 링 한가운데의 l평방 야드(0.914평방m)안에 마주 서서 시합을 시작한다.
②다운된 선수가 링에 돌아와야 하는 시간은 30초다. 이 시간을 넘기면 진 것으로 친다.
③이 점에 불복할 때는 양자가 심판을 부를 수 있고, 그래도 이의가 있을 때는 제3의 심판이 마지막으로 판정한다.
④다운된 선수를 공격하지 않는다(무릎을 꿇어도 다운으로 본다).
오늘의 글러브도 이 때 머풀러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채택되었다. 복싱은 비로소 스포츠의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브로튼」의 규칙은 그 후 1세기를 두고 권투의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근대복싱 룰의 기초가 잡힌 것은 1867년이었다. 영국의 제9대 퀀즈버리 후우인 「존·S·더글러스」가 이른바「퀸즈버리·룰」이라는 것을 제정했다.
그러나 영국이 복싱을 합법적인 스포츠로 인정한 것은 아직 l세기도 안 된다. 190l년 4월24일「빌리·스미드」라는 선수가「머리·리빙스턴」과 복싱을 하다가 죽었다. 이 때 영국법원은 살인 아닌 합법으로 선고했다.
권투는 엄연한 스포츠인 한 룰에 따라 경기를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벨트라인 이하의 로블로, 다운 상태에서의 가격은 페어플레이에 어긋난다. 귀(이)뒤쪽으로부터 목덜미를 치는 것도 반칙이다.
그러나 권투만큼 인간의 야성이 살아 있는 스포츠도 없다. 오늘의 복싱은 맨주먹이나 카스티 같은 흉기대신 물렁한 글러브를 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상대를 때려뉘어야 하는 점에선 여전히 비인간적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의 복싱에서도 경기에 의한 사망률이 4%나 된다. 가공할 기록이다.
로마시대의 글러브였던 카스티의 그림을 보면 사람과 사람의 시합이기보다는 맹수와 겨루는 것 같다. 주먹과 팔뚝에 가죽끈을 칭칭 감고, 여기에 다시 원반(원반) 같은 것에 손가락이 들어갈 구멍을 뚫어 그것을 손에 끼고 서로 경기를 했다. 회수제한도 없다. 패자는 곧 사고였다. 어떤 경기는 1백 회를 넘긴 때도 있었다.
벌써 기원전 1만년의 유적에 복싱그림이 남아 있다. 이디오피아, 이집트 등에서 보인다. 그러나 근대복싱이 영국을 통해 발전한 것은 흥미 있다. 신사의 나라라 지만 그 무렵 세계를 제패했던 강국다운 야생적 면모였는지도 모른다.
바로 권투가 아직도 뭇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스포츠로 남아 있는 이유도 그런 심리에 기인한 것이리라.
아무튼 지난 7일 우리나라 플라이급 선수와 싸운 필리핀의 선수가 경기 중 부상으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런 권투에 사람들은 언제까지 환호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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