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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휘파람 부는 국산 과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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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해태제과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사진)이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은 꿀과 버터를 첨가한 고소하고 달콤한 감자칩 제품이다. 짭짤하고 매운맛 일색이던 감자칩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사먹기 시작하면서 인지도가 쭉 올라갔다. 제품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한 번에 여러 개씩 사재기하는 것은 물론 아예 박스째 사다 놓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본사에는 물량 추가를 재촉하는 편의점·슈퍼마켓 점주의 연락이 쇄도한다.

 2교대 낮 근무만 하던 생산공장을 3교대 24시간 근무로 주말도 없이 ‘풀(full) 가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 하도 제품 구하기가 힘들어 소비자들과 판매점주들 사이에 “해태 공장에 불이 났다더라”는 유언비어까지 떠돌았다.

 인기리에 판매중인 허니버터칩은 과자시장에 아주 오랜만에 등장한 히트 신제품이다. 보통 과자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월 매출 10억원이 넘으면 히트상품으로 쳐주는데, 허니버터칩은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마이쮸 이후 히트 신제품은 10년만”이라고 전할 정도다. 최근 몇 년 새 과자 매출이 좀체 늘어나지 않아 히트 신제품도 자취를 감췄다.

 닐슨 조사결과 2012년 제과시장 판매액은 전년 대비 3.5% 늘었지만 지난해 판매액은 2.2% 성장에 그쳤다. 판매량은 -1.1%로 역성장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과자 구매가 크게 줄어드는데다, 저출산 영향으로 주 소비층인 아동 수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도 한몫 했다.

 얼어붙은 소비자 마음을 녹이는 히트 신제품의 힘, 바로 입소문이다. 롯데제과의 소프트캔디 ‘말랑카우’는 지난해 12월 출시 당시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품을 맛본 사람들이 인터넷에 “말랑거리면서도 이에 달라붙지 않아 신기하다” “불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는 후기를 쏟아내면서 갑자기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판매량이 늘었다. 신제품이라 판매하는 곳도 적어 “어디서 파냐”고 묻는 전화가 회사에 쏟아졌다.

 출시 1년도 채 안된 말랑카우는 최근까지 17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과자시장에서 캔디 신제품으로 연 100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은 마이쮸 이후 처음이다. 호응에 힘입은 롯데제과는 출시 8개월 후 TV광고를 내보내고, 생산설비도 1.5배 늘려 수요를 맞춰나가고 있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맛도 히트상품이 되는 비결이다. 오리온은 옥수수를 굽거나 튀기지 않고 열과 압력으로 팽창시켜 만든 ‘뉴팝’이라는 제품을 7월에 출시했다. 뻥튀기와 비슷한 특이한 식감에 옥수수 향이 진해 인기를 끈다. 지난달에만 8억원 매출을 기록해 히트상품 자리를 노리고 있다. 농심은 ‘스테디셀러’인 ‘꿀꽈배기’를 ‘매운맛 버전’으로 지난 8월 선보였다. 떡볶이처럼 매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의 제품이 추가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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