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충격 안긴 '이변의' IOC 총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이데일리 = 미국 세인트루이스 김용철 특파원] 2012년 올림픽 개최지 런던 선정과 야구, 소프트볼 정식 종목 탈락이라는 뉴스를 가져온 이번 117차 IOC총회는 한마디로 이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프랑스의 파리가 유력한 개최지로 주목 받았었으나 런던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놀라움을 안겨주었고, 런던은 개최도시 선정의 기쁨을 불과 하루만에 테러로 날려버리며 또 다시 커다란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일 결정된 야구와 소프트볼의 올림픽 정식 종목 퇴출 역시 당초 28개 전 종목이 존속할 것이라는 예상을 산산 조각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대체 종목으로 가장 유력했던 럭비와 골프의 부진, 전혀 의외의 종목인 스쿼시의 등장, 일본의 로비력을 실감케하는 가라테의 선전 등이 아직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당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종목인 야구와 소프트볼을 잃어버린 미국의 반응은 황당 그 자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에게 메달 순위 1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2008년 이후에도 미국의 올림픽 독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20년간 미국의 총 메달 획득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박탈감은 의외로 야구 탈락이 아닌 소프트볼 퇴출이다. 야구는 올림픽 기간에도 메이저리그 시청률이 올림픽보다 항상 높게 나오고 있고, 야구 월드컵도 계획되고 있는 마당에 올림픽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올림픽 수준의 높은 약물 규제가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사실이었기에 이번 결정에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프트볼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소프트볼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이후 지난 10여년간 세계 각지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고, 올림픽 이외에는 커다란 국제적 이벤트가 아직 없는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의 소프트볼은 축구와 함께 대표적인 여학생 학교 체육 종목이자, 1972년 제정된 'Title IX' 법안이 무려 30여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여학생 교육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들여온 소프트볼이 탈락한 것을 두고 미국 일각에서는 '반미 감정에 IOC위원들이 휩쓸렸다'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고, 당초 유력했던 골프와 럭비가 최종 대체종목에서 탈락하고 뜬금없는 스쿼시와 가라테가 최종 후보로 올라온 것 역시 '반 서방 무드'가 확산된 것으로 해석하는 언론도 있다. 어쨋건 이번 IOC 총회에서 가장 상처 받은 국가는 프랑스와 미국이다. 프랑스는 숙적 영국에게 역전패하며 그들이 그토록 높게 평가하는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고, 미국 역시 뉴욕의 유치 실패와 야구, 소프트볼 퇴출 결정으로 자신들의 일방주의에 한계를 보이며 '공은 둥글다'라는 스포츠의 기본적인 원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들의 절대 국력을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특혜를 누려온 미국에게 이번 IOC 총회가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 김용철 특파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