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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런던 연쇄 테러] 사상과 전투기술로 무장 … 완전소탕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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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일 런던 테러의 배후로 꼽히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왜 뿌리 뽑히지 않을까.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물론 이슬람 국가들조차 전면적인 소탕에 나섰었다. 하지만 결국 테러는 다시 발생하고 알카에다의 건재함이 입증되면서 각국의 대테러 기구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완전소탕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무장단체로 시작한 알카에다가 이제는 '알카에디즘'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 무장단체 알카에다='군사기지'를 칭하는 아랍어인 '알카에다'가 조직의 이름이 됐을 정도로 알카에다는 순수한 무장단체로 시작됐다. 옛 소련과 투쟁하는 아프가니스탄 무자히딘 훈련기지들을 관리하던 오사마 빈 라덴은 1989년 조직의 설립과 함께 자연스럽게 지도자로 추대됐다.

이후 철저한 이슬람 과격사상에 전투기술을 익힌 다양한 국적의 전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알카에다의 국제화는 시작된다. '아프간 귀환자들'로 명명된 이들은 자국에서 부패한 친미정권에 대한 투쟁을 시작했다. 빈 라덴은 91년 걸프전 이후 미군 주둔을 비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갔다. 그는 각국의 '아프간 귀환자'들과 유대를 강화해 알카에다를 더욱 조직적인 국제적 무장단체로 발전시켰다. 이후 98년 8월 최소 301명이 목숨을 잃은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폭파 등 대규모 국제테러에 나섰다.

◆ 알카에디즘=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는 반서구.반기독교 국제적 이념으로 변모한다. 미국 주도의 전쟁과 전지구적인 소탕작전으로 알카에다의 아프간 본부 조직은 사실상 와해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느슨한 조직체만 유지하고 세포조직을 통해 테러를 감행하는 전술에 의존하게 된다. 산악지역에 은신한 빈 라덴으로부터 직접적인 명령이 하달되지도 않는다. 포괄적인 성명이 나오면 이에 따라 빈 라덴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각국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범아랍 일간 하야트는 8일 "'이라크 알카에다 조직', 이번 런던 테러의 책임을 주장한 '알카에다 유럽지부 비밀조직' 등도 실제로는 빈 라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보다는 알카에디즘에 입각해 발생한 단체라는 설명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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