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사람처럼 기억한다-정상은<중앙전산원 원장>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비록 전자회로이긴 하지만 쇳덩어리인 기계가 어떤 사실을 판단하고 또 자료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컴퓨터가 가산기만으로 판단이 가능한 점은 이미 설명한바 있으므로 기억한다는 것에 대하여 알아보자.
언뜻 생각하면 기억한다는 것은 사람만이 갖는 특별한 능력인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책상 위에 재떨이가 놓여있고 아무도 재떨이를 치우지 않았을 때 『책상은 재떨이가 놓여있다는 사실을 계속 기억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렇지만 만약 촛불이 켜진 상태를 숫자의 1이고 꺼진 상태는 숫자의 0이라고 약속하기로 하고 촛불을 계속 켜 놓았다면 이것은 1이란 숫자가 기억되어진 상태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인간의 두뇌만이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수첩은 부족한 두뇌의 기억능력을 보충하여 주는 훌륭한 보조 기억장치이며 또 전화번호부나 전문서적용 그 모두가 다 훌륭한 기억장치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컴퓨터는 0과 1의 서로 다른 두가지 상태를 표현하는 비트의 조합만으로 모든 데이터를 표현하고 기억하는데 비트를 구성하는 재료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로 구분한다.
주기억장치는 인간의 두뇌처럼 컴퓨터가 동작할 때 항상 사용되는 기억장치로 값이 비싸더라도 처리속도가 빠른 자기코어나 IC 메머리가 사용되며, 보조기억장치는 우리의 수첩처럼 주기억장치의 기억용량이 부족할 때 필요한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사용되므로 처리속도는 빠르지 않더라도 대량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고 또 값싼 자기테이프나 자기디스크가 주로 이용된다.
컴퓨터의 기억원리는 주기억장치에 이용되고 있는 자기코어(Magnetic Core)를 설명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기테이프에 의한 처리방식을 설명해 본다.
자기테이프장치의 기록방식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녹음기와 거의 같은 원리로 행해진다. 녹음기에서는 마이크로폰으로 들어간 음성을 전기의 변화로 바꾸어 이것을 증폭한 다음 자기헤드(Magnetic Head)에 보낸다.
자기헤드는 일종의 전자석으로 이것에 전압이 가해지면 앞 끝부분에 자장(자장)이 생기고 자기헤드의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녹음테이프에는 자장의 작용으로 그 위에 칠해져 있는 자성체가 자화(자화)함으로써 녹음이 행하여진다.
반대로 녹음된 테이프를 재생하는 경우는 테이프가 자화된 상태에 따라 자기헤드에 일종의 기전작용(기전작용)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증폭되어 스피커에 전달되면 전압의 변화에 따라 스피커의 발음체가 진동되어 옴으로 재생되게 된다.
컴퓨터의 자기테이프장치도 녹음기의 원리와 거의 같다. 자기테이프에의 기록은 녹음에 해당된다. 다만 녹음과 다른 점은 녹음의 경우 음성의 고저·강약에 따라 자기헤드에 전달되는 전압이 극히 다양하게 변하는데 반해 자기테이프장치는 전기신호의 유무로 자기헤드가 0과 1만을 나타내고 자기테이프의 자화상태도 자화되었거나 혹은 자화되지 않은 두가지 상태만을 표현하게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기록을 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1)은 자기헤드가 자기테이프에 전기신호의 유무에 따라 0과 l을 기록하는 경우를 나타내고 그림에서 전기가 있는 경우나 자화된 검은 점이 비트l의 기록임을 표시한다.
그림(2)는 나란히 배열된 9개의 자기헤드가 자기 테이프상 9개소의 점에 0과 1을 기록한 것.
이중 8개의 비트는 1개의 문자를 표현하고 나머지 1개는 데이터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검사 비트다.
녹음기의 재생에 해당하는 판독은 자기테이프상의 자화된 상태에 따라 자기헤드에 0또는 1의 전기신호가 발생하게 되어 쉽게 처리된다.
자기테이프는 보통 릴에 감겨 있고 릴 하나에 감겨진 테이프의 길이는 보통 1천2백피트나 2천4백피트, 혹은 3천6백피트이며 인치당 최저 2백자에서 최고 6천2백50자의 데이터를 기록할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1천2백피트 릴의 경우 1,200×12×6,250=9천만, 즉 최고 9천자의 기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