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컴퓨터」는 미국 어린이의 친구|코흘리개도 다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마이크로키드」(컴퓨터세대의 아이들)의 세기가 열리고 있다. 불과 30년전만해도 하나의 불가사의로 여겨지던 컴퓨터가 이젠 코흘리개의 손끝에서 갖가지 경이를 연출하고 있다. 이제 갓30을 넘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혀 이해치 못하는 컴퓨터를 국민학교, 또는 중학교의 어린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야구게임을 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 수업시간은 물론 방과후면 컴퓨터클럽에 참가하거나 또는 서로가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주위에 둘러앉아 자신이 짠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하거나 서로의 소프트웨어를 흥정, 교환하는 것이 하나의 관습이 돼버렸다.
컴퓨터를 다루는 어린이들은 조작하는 즐거움, 무엇인가를 스스로 안출해 내고 또 그것이 어떤 결과를 눈앞에 펼쳐보인다는데서 오는 만족감이 컴퓨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IBM의 수학자「루이·로빈슨」은 『그들은 컴퓨터가 할수 있는 일과 할수 없는 일을 확실히 알고 있지요. 반면에 어른들은 아직도 컴퓨터는 만능이라고 생각하고있어요』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직 컴퓨터에 겁을 먹고있으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컴퓨터를 배우게 하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플로리다에서는 과자나 사탕판매·카니벌·주말세차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 학교에 컴퓨터를 사보내고 있다. 미시간주 유티카의 학교에 설치된 2백50대의 컴퓨터중 3분의2이상은 부모들이 기중한 것이다.
한편 애플컴퓨터의 창립자「스티브·잠스」는 이미 전국의 모든 초·중학교에 8만대 이상(약2억달러 상당)의 컴퓨터를 제공하겠다고 밝힌바있다.
현재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 사용되는 컴퓨터는 약10만대. 학생4백명당 1대의 컴퓨터가 있는 셈이나 아직은 몇몇 관심 높은 지역에 몰려있다.
컴퓨터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85년까지는 30만∼65만대의 컴퓨터가 학교에 설치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컴퓨터는 싫증 내지 않는 로보트교사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요즘의 컴퓨터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정답을 구하면 『야』『만세』하는 따위의 탄성을 자막에 비춰주거나 동물이 웃는 모습을 나타내 보인다.
사용법도 대단히 간편해져 LOGO BASIC둥 새로운 컴퓨터언어들을 아이들도 단시간에 쉽게 배우고 있다.
컴퓨터세대의 아이들은 이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용돈벌이에도 나서고 있다.
시카고에 사는 14세의 「조너던·더브먼」과 13세 된 「케이·보조니」는 「아리스트틀·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차려 그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팔고 있다.
또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14세 된「유진·보로크」군은 20세기 폭스사에서 1주 24시간의 프로그래밍을 해주고 주급4백80달러(약33만원)씩을 받고 있다.
13살난「스코트·위트필드」는 11살난 동생「존」과 함께 도서관에서 컴퓨터 책을 빌어가면서 『저희가 컴퓨터 쓰는 법을 모른다면 우린 아마 일자리도 구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깜찍하게 말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에서는 컴퓨터가 어린이들의 창조력을 퇴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대단히 낙관적이다. 시카고대학의 과학철학가「스티븐·툴민」은 컴퓨터가 TV세대를 재 지성화시킬수 있다고 예견한다. 「툴민」은 『TV가 사람이 할 일을 없애버린데 비해 컴퓨터는 우리자신이 무엇을 하느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타임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