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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노사정위 전격 탈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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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노총이 7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이고,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는 2000년 11~12월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일방 추진에 항의해 활동을 중단한 이후 5년6개월 만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현재 노.정 관계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오만과 독선에 빠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일방주의적 노동행정에 있다"며 "대정부 대화 창구는 노동부인데 현 상황에선 대화할 상대조차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70여 개의 각종 위원회도 탈퇴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에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레미콘 노동자 임단협 체결과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사정위는 "한국노총이 최근 노.정 관계를 이유로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사회적 대화마저 중단한 것은 노사 관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이번 탈퇴 결정을 철회하고 노사정위에 조속히 복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한국노총의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노총이 당초 목표로 잡은 10만 명보다 훨씬 적은 1만7000여 명(경찰 추산)에 그쳤다. 또 노동부는 임단협과 무관하게 한국노총의 총파업에 참여한 사업장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 중 파업 중인 곳은 한진교통.대화여객.동서산업 등 세 곳이지만 이들 회사는 모두 임금.단체협상과 관련된 파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파업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노조 전임자이거나 비번.휴가 중인 조합원들로 불법 파업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뉴스 분석] 정치공세 성격 … 노·정 대화 창구 실종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으로 노사정 관계가 다시 얼어붙게 됐다. 민주노총은 3월 17일 노사정 대화에 복귀했지만 대화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1월 노사정위가 출범한 이후 양대 노총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일곱 번이나 탈퇴와 복귀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탈퇴는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예전에는 구조조정 반대 등 실질적인 문제를 탈퇴 이유로 삼았지만, 이번에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정치공세 성격까지 띠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노.정 대치국면이 오래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상황에서도 대화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레미콘 노조의 시위 중 레미콘 차에 치여 숨진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사건에 대해 노동부가 무성의하게 대응했다는 불만이 크다.

또 노총 복지센터 건립과 관련한 금품 수수 비리로 조직이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지원금 교부를 중단한 것도 한국노총의 신경을 건드렸다.

한국노총은 특히 김 장관이 "건전한 노조활동을 위해 재정지원을 했으나 한국노총이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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