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엔당 951원 … 6년 만에 최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전날보다 11.84원 내린 100엔당 951.73원에 마감됐다. 2008년 8월 18일 이후 6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사진은 이날 장중에 촬영된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뉴시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대외 위험이 커지고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최대 관심사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일본 도쿄에서 기습적으로 날아든 ‘엔저 폭탄’에 기재부와 한은에 비상이 걸렸다. 최 부총리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이어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했고, 중국과 유럽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대외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재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과 공동으로 연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엔화값이) 급속히 변경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두 수장이 입을 모은 건 시장에 닥친 일본발(發) 엔저 충격이 심상치 않아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대비 엔화가치는 100엔당 951.73원으로 추락했다. 2008년 8월 18일(950.69원) 이후 6년 2개월여 만에 최저 기록이다. 시장에선 950원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증시도 엔저 공습에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950선으로 다시 밀렸다. 전 거래일보다 0.58% 하락한 1952.97로 마감했다. 급속한 엔저는 미국·중국·유럽시장을 놓고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극약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10조~20조 엔(약 95조~190조원) 상당의 엔화를 추가로 풀겠다(양적완화)는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한은으로서도 예측 못했던 일이다. 이 총재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시장의 예상보다 좀 빨리 왔다”고 말할 정도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일본이 엔화를 살포한다는 소식에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이 웃었지만 한국 증시만 유독 얼어 붙은 이유다.

 한은은 외환시장 개입을 예고했다. 이날 장병화 부총재를 반장으로 하는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 이후 나타나고 있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시장 참가자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 엔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도 있지만 미국이 양적완화를 끝내 달러 강세인 마당에 국내 금리를 무작정 낮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