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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강제동원 부정은 홀로코스트 부정하는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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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마이클 셔머는 “햇볕(사실)은 최고의 소독제(성노예 부정론 오류 입증)”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와 우익인사들은 연일 태평양전쟁 종군위안부의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다.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가 아직 살아있는 데도 말이다. 일본은 역사적 사실을 왜 외면할까. 미국의 유명 과학작가 마이클 셔머(60) 박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일본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론자와 다를 바 없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도 사실을 부정한다. 범죄가 끔찍하다면 더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답변 내내 ‘위안부(comfort women)’ 대신 ‘성노예(sex slaves)’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셔머 박사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서 네오 나치의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비판했다. 부정론자들은 사소한 오류로 사실 전체를 부정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제시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논증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불일치 때문에 홀로코스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와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과 함께 1997년 ‘회의주의 학회(Skeptics Society)’를 만들었다. UFO 납치, 지적 설계론, 심령과학 등 사이비 과학을 논박하는 단체다. 그는 격렬한 토론을 벌이면서도 상대를 배려해 ‘따뜻한 회의론자’로도 불린다. 다음은 셔머 박사와의 일문일답.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의 논리구조가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론자와 비슷하다고 보나.

 “분명히 그렇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 성노예 부정론자의 공통점은 아주 많다. 사실(facts)의 부정은 개인 차원에선 흔하다. 그러나 집단적으로도 일어난다. 사람들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나 아주 끔찍한 범죄를 믿기 어려워 한다. 홀로코스트, 난징 대학살, 그리고 성노예가 그 사례들이다. 오히려 믿기 힘들기 때문에 조작됐다고 설명하거나 사실을 입증하는 목격자 진술이나 문서의 (사소한) 모순을 지적한다. 홀로코스트·난징 대학살·성노예를 의심하는 게 그들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점도 있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입증하는 자료는 많다. 위안부 피해자들도 아직 생존한다. 그런데도 왜 일본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가.

 “진실을 추구하려는 헌신이 없어서다. 기꺼이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신념을 위해 과거에 대해 거짓말하는 거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욕망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니까.”

 -수많은 음모론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왜 사람들은 정보가 넘치는 정보화 사회에서도 음모론에 빠지는가.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패턴 찾기. 의미 없는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하려는 경향이다. 우연하거나 연관되지 않은 사건을 연결하려는 것이다. 둘째, 비밀기관 의심. 막후에서 자연의 힘과 역사를 조정하고 있는 비밀기관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셋째, 전 세계적 일관성. 전 세계 모든 게 서로 연관됐다고 보는 경향이다. 넷째, 확률과 우연의 법칙에 대한 무지. 모든 일이 어떤 이유 때문에 일어나고 우연은 없다고 믿는 경향이다. 모든 우연한 사건들이 사실은 의미를 갖고 연관됐다고 본다. 다섯째, 인지 부조화. 중대한 결과도 하찮은 원인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는 데 대한 불편함이다.”

 -사람들은 친숙함 때문에 SNS의 글을 쉽게 믿는다. 그래서 SNS가 유사과학과 음모론을 퍼뜨리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은 인쇄 매체와 같이 선의 도구일 수도 악의 도구일 수도 있다. 인쇄술은 우리에게 셰익스피어 작품과 함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선사했다. 인터넷은 우리에게 위키피디아와 같은 무한한 무료 지식을 제공하지만 네오 나치의 온상이기도 하다.”

 -어떻게 거짓 정보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라. 그리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라.”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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