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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여당과 청와대 간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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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10월 23일자 34면>
당·청 파열음, 경제 살리기 흔들 것인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개헌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파열음이 국민을 실망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워 공개적으로 김 대표를 망신 줬고, 김 대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집권한 지 2년도 안 된 당·청의 관계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해괴한 일이다.

 양측의 갈등은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한 김 대표의 상하이 발언(16일)으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이튿날 “대통령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며 발언을 거둬들였다.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 시점에, 그것도 외국에 나가서 민감한 이슈인 개헌에 대해 발언한 건 중대한 실책이다. 하지만 김 대표 스스로 발언을 철회한 만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닷새가 지난 그제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를 통해 “우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공개 비난했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격한 반응을 보인 데는 김 대표가 개헌 논의에 반대해 온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거스르고 있고, 언제든 개헌 이슈를 통해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19일의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내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는 본지 보도(10월 21일자 1면)가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데 반해 김 대표가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청와대 내에 강경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당·청이 비공식 채널이나 물밑대화를 통해 파열음이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단도리’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는 김 대표의 스타일이 여당 대표로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공공연히 떠돌아다닌다. 김 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나한테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푸념했다. 당·청 간 소통에 중대한 장애가 생긴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당·청 관계가 힘을 보태도 모자랄 판에 삐걱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불신과 불안이 높아지면서 모처럼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경제 살리기 흐름도 자칫 동력을 잃을 판이다. 국민은 과거 세종시 법안과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갈등을 빚어온 사례를 지켜봤다. 지금 또다시 당·청이 친박과 비박의 대립구도로 나뉘어 으르렁거린다면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무례하고 오만한 처사다.

 김 대표는 어제 “개혁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런 식의 발언은 청와대의 어젠다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청와대도 당의 최종 책임자인 김무성 대표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주고 존중하는 게 맞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양측의 감정싸움은 중단돼야 한다.

한겨레 <10월 23일자 31면>
당청 갈등 속 ‘제왕적 대통령’의 그림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론 발언에 뒤이어 공무원연금 처리 시기를 둘러싼 당청 이견이 표출되더니, 21일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 관련) 언급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면으로 김 대표를 면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 이견과 갈등이 표출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지만, 최근의 당청 갈등 양상은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선 서로 다른 평가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당 대표이기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발언 하루 만에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린 김 대표 처신도 우습지만, 닷새나 지나서 청와대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건 적절치 못하다. 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갑자기 나섰는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아마도 이탈리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 대표 발언에 역정을 냈을 것이고, 이런 기류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뒤늦은 ‘김무성 때리기’로 표출됐으리라.

 대통령 뜻을 헤아린 청와대 인사가 ‘고위 관계자’란 익명의 그늘에 숨어 여든 야든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을 때리는 관행은 이 정부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심기에 따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인형처럼 춤추는 듯한 모습은 이 정부 들어 훨씬 심하다. 이러니 정치권이든 재계든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대통령은 점점 ‘제왕’처럼 떠받들어지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청와대 비판이 정정당당해지려면 청와대 인사는 떳떳하게 실명을 밝히고 비판하고 그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공무원연금 문제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는 청와대 태도도 온당하지 않다. 핵심 국정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청와대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든 야든 의원들을 설득해서 뜻을 관철하는 게 바로 ‘정치’다.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여당 대표는 윽박지르듯이 내몰고, 야당은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으면서 주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건 또다른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다. 그러니 개헌론이 나오는 것 아닌가.

논리 vs 논리

당·청 삐걱대면 국민이 피해 vs 김 대표 발언 철회는 눈치 보기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0일, 개헌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자체에 대해선 대답을 안 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여당인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은 10월 16일 중국을 방문한 김무성 대표의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란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이튿날 김 대표는 “대통령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거둬 들였다. 그런데 닷새가 지난 21일 청와대는 다시 익명을 요구한 고위관계자를 통해 “우리는 당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난하면서 더욱 확산되었다.이 같은 당·청 간 갈등의 전개 과정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 모두 비판적인 입장이다.하지만 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세부 단계에서는 분명한 시각차가 나타난다. <중앙>은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사이의 소통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양측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서로 다른 의견으로 갈등을 빚는 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청의 관계가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상식을 벗어난 해괴한 일’이라고 까지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당·청 갈등 양상이 우리 정치 문화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고 지적하면서 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 부족보다는 대통령의 권위적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청 갈등 속에 제왕적 대통령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우선 <중앙>은 김무성 대표의 중국 발언을 중대한 실책으로 전제하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인 시점에 그것도 외국에 나가서 민감한 이슈인 개헌에 대해 언급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당 대표이기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과의 관계를 두 신문이 얼마나 다르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김 대표의 사과 발언과 청와대의 처신에 대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다. <중앙>은 일단 김 대표가 스스로 발언을 철회한 만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그만이었는데 청와대가 닷새가 지난 후에 이를 공개 비난하고 나선 점을 지적했다. 청와대가 익명의 관계자를 앞세워 김 대표를 망신줬고, 김 대표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청와대가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한 데 대해서는 역시 부정적 입장이지만 발언 하루 만에 김 대표가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사과를 한 처신에 대해서는 ‘우습다’고 지적한다. 여당 대표의 당당하지 못한 청와대 눈치보기 행태라고 본 것이다. 청와대의 격한 반응에 대한 두 신문의 평가 또한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난다. <중앙>은 김 대표가 개헌에 반대해 온 대통령의 입장을 거스르고 있고, 개헌 이슈를 통해 언제든지 대통령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겨레>는 대통령의 심기에 따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인형처럼 춤추는 듯한 모습이 이 정부 들어 훨씬 심해졌다는 점을 들면서 이번 청와대 반응도 같은 차원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여당과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같은 진영에 속한 동지적 관계이다. 정권 창출과 운영 과정에서 줄곧 협력과 나눔을 계속해 온 공동 운명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이번 당·청 갈등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아직 이번 정권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초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정부 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관계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안의 종류나 시기에 따라 예상치 못한 갈등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 여당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은 정권 후반기 이른바 레임덕 시기에 나타난다. 차기 대권과 관련한 여러 민감한 문제들이 불거질 때 갈등이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당·청 갈등 사태는 너무 이른 시기에 발생한 파열음이다. 이와 같은 당·청 갈등에 대해 <중앙>은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신과 불안의 고조로 경제 살리기 흐름의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과거 세종시 법안과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갈등을 빚었던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친박과 비박의 대립구도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주문까지 덧붙이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정치권이든 재계든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대통령이 점점 제왕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공무원연금 문제 처리를 압박하는 청와대의 태도도 온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이라 충분한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김 대표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고 거들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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