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게 무엇을 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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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소년의 달이다. 당국은 5백 여건이나 되는 갖가지 행사를 갖고 청소년에게 위 해를 끼치는 주변환경도 단속한다.
해마다 맞이하는 청소년의 달이고 가정의 달이지만 우리가 당면한 청소년과 가정의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비행소년이 늘고 있고 폭력적 기질이 팽배하는가 하면 어른도 뺨치는 이기심에 눈 어두운 10대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가정과 학교가 다같이 청소년을 통제할 능력을 잃은 때문인 것도 같다. 결국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는 한마디로 그 원인이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의 대화단절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은 상호간의 몰이해에서 연유된 것이기도 하다.
우선 기성세대는「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성장기 특유의 지적, 정서적 불안에서 나오는 충동적 행동이나 사고를 뜻한다면 그런대로 이해가 갈 만하다. 모든 어버이들이 심리학자일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사회제도나 관습에 대처하는 청소년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고의적 몰이해거나 더 나아가 위선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청소년은 자기 힘만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기성관습을 모방할 뿐이다. 청소년범죄가 늘고 있다면 그것은 기성사회 범죄증가의 반사에 불과하며, 비행이 늘고 있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비행을 흉내내는 것뿐이다.
또 일부 10대들이 이기심, 위락풍조에 물든다면 그것은 바로 이 사회의 출세위주풍토, 배금풍조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청소년들은 그들대로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고민이나 의문을 진지하게 대해 주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10대들은 어버이들이 때로는 자신들의 고민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데에 당혹한다. 한 두 명의 비행을 집단으로 묶어 단식 화하려는 데에는 실망마저 느낀다. 10대 각자의 고민은 각각 특수한 경우 인데 부모나 교사는 여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가정의 어버이들은 그들대로 바쁘고 교사들은 열의를 잃었다. 10대들은 자기들끼리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결국 이런 원인이 누적되면 기성세대와 청소년, 가정에서의 어버이와 자녀간의 대화는 단절되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청소년문제는 사회전반의 문제지 결코 독립된 청소년문제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가정과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바로 잡는 것이 바로 청소년문제의 해결책이며 요란한 행사만으로 청소년이 선도된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이 점에서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기성세대의 자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탈선청소년의 발생은 1차적으로 파괴된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환경이 유해해질수록 부모들은 자녀들이 여기에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 어른 자신이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학교교육도 더욱 충실해져야 하겠다. 요령주의 교육보다는 인격도야에 힘써야 하며 교사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청소년선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막강하다. 비록 어른들의 탈선이 횡행하는 세태라 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여기에 물들지 않도록 사회정책 적 배려가 필요하다.
청소년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기성세대는 그 원인이 자신들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이들을 따뜻이 이해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어른과 청소년의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제대로 된 청소년문체의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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