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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 증시에 어떤 영향 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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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원화가치 약세)하면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환율이 더 오른다는 쪽이 우세하다. 이 경우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 증시에는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지나친 달러 강세로 아시아 지역에 유동성 불안까지 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급등은 그동안 환율이 지나치게 내린 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 엇갈리는 환율 전망=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연초에는 모두 환율 하락을 점쳤으나, 최근에는 7대 3 정도로 환율 상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며 증권가 분위기를 전했다. 류 연구위원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이 크다는 게 환율 하락의 근거였으나 최근 두 가지 이유 모두 근거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미 무역수지 적자가 5월부터 소폭 줄어든데다 중국이 연내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7일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11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이날 연말 환율을 기존 달러당 980원에서 1070원으로 올렸다.

삼성증권 신동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 성장은 여전히 저조한데 한.미 금리 차는 더 벌어지며 수출 경쟁력도 약해지고 있어 환율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급등은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가 유럽.일본보다 강하고 금리를 올린다는 상황은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지난해 4분기와 똑같은데 어떻게 환율 급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느냐"며 "최근 환율 상승은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굿모닝신한증권은 4분기부터는 다시 환율이 세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 증시에 미치는 영향=환율이 꾸준히 완만하게 오르면 국내 증시에 도움이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경제를 이끄는 수출 주도 기업들의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51만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상승으로 물가와 금리가 차례로 오르는 부작용도 적다. 우리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에는 뚜렷한 도움이 되는 반면 내수 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변하면 증시 변동성도 커지는 게 문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환율이 단기간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증시에는 악재"라며 "수출관련 종목 주가의 변동성과 리스크도 따라서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과 무관하게 달러화 강세가 아시아 시장의 유동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이 외국계 증권사에서 잇따라 나왔다.

크레디스위스(CSFB)증권은 7일 "달러 강세(아시아 통화 약세)는 아시아로부터 자본 탈출을 자극해 아시아의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연구원도 이날 "2002년 이후 위안화 평가절상 등을 노리고 아시아에 들어온 핫머니(투기자금)가 700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위안화 절상이 무산될 경우 실망한 핫머니가 무더기로 뛰어나가면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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