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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대표들의 불탄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불교가 부끄럽던 분규 쟁화의 상흔을 딛고 고통받는 민중과 함께 하는 동사섭의 자비광명을 널리 비출 것을 새롭게 다짐하고 나섰다. 조계종을 비롯한 태고 천태종 등 불교 3대종단 대표들은 29일 일제히 불기2526년「부처님 오신날」(5월1일 음력 4월초파일) 을 맞는 봉축메시지를 발표, 불교 본연의 구제주의와 평등주의 실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승보살행의 실천을 서원했다. 다음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킨 불교종단 대표들의 불탄 메시지 내용-.

<문명에 의해 오도된 자아회복을-조계종 총무원장 황진경>
현대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자각과, 과학문명에 의해 오도된 자아의 회복이 요망되고 있다. 오늘의 인류는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갖고있음을 자각, 바로 우리이웃의 마음 속 깊이 부처님이 존재하고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외면하고있는 버림받은 중생이야말로 바로 부처가 될 사람들인 것이다. 고통받는 민중이 바로 부처님이다.
우리 불자들이 이 민중의 죄악과 시련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기포기요 대승보살정신을 저버리는 일이다.
이 시대의 불교인은 고통받고 속박 당한 삶을 위해 동체대비의 구제정신을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 속에서 실천해야 하겠다. 따라서 오늘의 불교인의 책무와 사명은 인간이 인간답게 자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정의가 지배하는 불국토를 건설하는 일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 우리 불자들은 자비와 지혜의 등을 밝혀 세상의 어둠을 거두고 부처님의 슬기로운 광명이 북한 동포들의 가슴에까지 번져 그들이 지혜광명을 갖도록 기원한다.

<윤리의 기본, 「불살생」을 지키자-태고종 종정 정두석>
한국의 1천2백만 불자들은 모두가 정신계를 개도하는 신앙인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중생계도의 보살정신으로 혼탁한 국민의식을 개혁해야겠다.
의령의 경찰관 총기난사 살상사건도 현대문명 속에서 상실된 자아를 가누지 못한 채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이며 인간윤리의 기단인 「불살생」을 망각한 인간타락의 단면이었다. 우리 불교인들은 이같은 흉악무도한 사태도 불교가 종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일단의 도의적 죄책감을 절감하고 하화중생의 대승보살도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오늘의 한국불교현실은 사회참여의 기능 종교적 면모를 상실한 채 산업사회에 적응하는 불교자체의 충실화에도 미흡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불교는 통한의 현실을 바로잡는 자체정화와 함께 중생제도의 기본정신을 하루 속히 회생시켜야 한다.
이제 한국불교는 새로운 승가상을 정립하고 화합대중을 이룩, 승단의 권위를 보전하며 힘있고 일하는 불교가 될 것을 새롭게 다짐해야겠다.

<희생 봉사정신이 가장 절실한 때-천태종 종정 남대충>
부처님께서 가르친 인간의 일체성과 존엄성은 곧 인본주의의 극치였으며 현대민주주의의 원조였다. 오늘의 세계는 생명의 존엄성을 망각한 채 도처에서 살상이 자행되며 유혈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을 깊이 통찰하고 부처님의 인간선언을 되새겨 인간회복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희생 봉사하는 구제주의정신과 성찰의 자각이야말로 지금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의식개조의 근본이기도 하다.
모든 불자들은 불교가 불법을 통한 자각과 함께 사회를 위한 실천의 보살도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라는 점을 새삼 깨닫고 이웃 사회 국가를 향한 자비행을 게을리 함이 없어야겠다.
불자 모두는 「부처님 오신날」을 다시는 단순한 불가의 경축명절이라는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인본주의와 평등주의를 출현시킨 부처님탄생의 세계사적 의의를 새삼 인식, 자비행의 사회적 실천을 거듭 다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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