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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의 지하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행위가 노출되지 않고 음성화되는 이른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의 규모팽창이 국민경제상의 문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어떠한지, 어디에 서식하고 있는지 정확히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상당한 규모가 은폐되고 있다는 것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한국능율협회는 「경영환경과 조세제도」라는 정책건의서를 통해 『현재 지하경제규모는 전체경제의 약40%』에 이른다고 추계하고 이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제개선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지하경제의 역설적인 번영은 비단 우리만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81년도 지하경제는 GNP의 14%인 4천2백억 달러이며 서독은 10%, 일본은 15%에 이르고 있고, 소련은 훨씬 더 많은 20%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다.
경제체제의 상이에 관계없이 지하경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세금으로부터의 도피심리가 어느 납세자에게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국민경제의 확충, 조세의 증대에 비례하여 지하경제도 급속히 늘어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하경제는 절세와 탈세를 혼동하는 납세의식에도 원인이 있으나 또 하나는 조세제도의 불합리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는 것이다.
능률협회는 인정과세라는 정부의 주관적인 징세방식으로 인해 세무마찰, 소득의 음성화가 야기되여 지하경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합리세정이 확립되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비상장법인 유보소득의 50%를 배당으로 간주,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현행 지상배당세는 기업의 재무구조 부실화의 요인이라고 들고 있다.
또 기업재무구조를 개선토록 비업무용 부동산처분올 강력히 추진해 왔지만, 현행 양도세제아래서는 처분액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흡수되어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입법사항인 과세요건이 하위의 법령이나 시행령, 예규, 통첩으로까지 규정되어 있는 등 징세자의 자의에 맡겨진 사례가 허다한 것도 지하경제를 배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하경제의 폐단은 경제의 정상적인 흐름을 저해함으로써 조세의 대원칙인 공평과세를 어지럽힌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세의 공평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정당하게 땀흘려 일하는 것보다는 불로소득이 유리하다는 풍토를 조성하게되며 음성거래를 조장하게 한다.
근로자는 봉급에서 꼬박꼬박 소득세를 떼고 얼마 안되는 원고료도 25%의 원천과세를 하는데 반해 대부분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음성거래가 방치된다는 것은 확실히 사회정의에 어긋난다.
특히 올해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4천억원 이상의 세수결함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를 메우는 방안으로서도 지하경제는 발굴해내야 한다.
거기에는 공평과세를 실현할 수 있는 세제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제로·섬 사회」를 쓴「레스터·더로」는 앞으로의 경제정책과제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복지가 아니라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취업기회를 보장하는데 있으며 부담의 공평을 실현하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공평한 부담이야말로 경제를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며 그것은 일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과 밀접히 관련된다는 논리다.
우리도 선진국의 전철을 감안, 공평부담, 공정한 경제활동이 힘을 발휘하는 환경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지하경제의 근거지는 스스로 없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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