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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측기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년 5월까지 타결된다던 일본의 60억달러 대한안보경협문제는 아직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채 일본측은 요란한 관측기구만 띄우고 있다.
4월 초 일본신문들은 외무성과 대장성간에 대한차관 35억달러에 합의를 보았다고 보도하더니 지난 20일에는 요미우리(독매) 신문이 일본정부가 대한경협 40억달러를 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했다.
동경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4월의 마지막주에 일본의 최종안을 타결한 특사가 서울을 방문하여 5월 타결을 목표로 한국측과 협상을 벌이게되어 있다.
외무성과 대장성간에 합의되었다는 40억달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엔차관은 13억달러 뿐이고 나머지 27억달러는 수출입은행과 민간협조융자로 충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만약 한국이 일본의 40억달러안에 유연합 자세를 보이면 상품차관 5억달러의 제공도 검로하겠다는 것이 일본정부 입장이라고 일본신몬들은 보도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40억달러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규모요내용이다. 수출입은행과 민간협조융자라는 것은 에누리없는 상업차관이다.
40억달러에서 27역달러를 빼면 공공차관(ODA)은 13억달러 밖에 안되고, 거기다가 한국이일본이 하자는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어 상품차만 5억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13억달러와 5억달러를 합친 18억달러의 공공차관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요구한 공공차관 60억달러의 30%에 불과한 액수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우리가 일본정부에 촉구하고 싶은것은 대한안보경협에 관한 정치적인결단이다. 이 문제는 외무성과 대장성의 실무자들이 주판알을 통겨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일본신문들은 대한경협을 「정치결착」으로 해결지으면 한일관계의 장래에 또 하나의 화근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었다.
여기서 일본신문들과 일부 정치인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정치적 결단과 정치적 유착을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은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이 편리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헌법과 그들의 「군정알레르기」때문에 국력에 알맞는 군사적인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안보는 한미안보협력해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한국의 국방력증강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제개발을 위해 돈을 상업차관보다는 유리한 조건으로 꾸어달라는게 우리의 요청이다.
이러한 범제외적 사정이 주판알로는 계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지 정치적인 유착따위의 공범자가 되자는게 아니다.
그리고 안보경협이라니까 그 돈으로 무기를 사고 군인들의 봉급을 주고 방산공장을 짓는 것쯤으로 알고 일본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치도 않은 오해다.
60억달러의 공공차관 요청은 프로젝트차관 35억달러와 상품차관 25억달러로 구성되어 군사목적으로 전용될 여지는 바늘구멍 만큼도 없다.
일본은 이제 관측기구를 날리는 일은 그만하고 성의있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전체 액수 40억달러, 공공차관 18억달러 같은 액수는 대화의 실마리조차 될수가 없음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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