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연동 방사선 치료기 도입 … 암 정확하게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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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항암치료와 함께 암환자의 3대 치료법으로 꼽히는 방사선 치료. 방사선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암세포를 쏘아 괴사시킬 수 있는지가 치료의 관건이다. 최근 가천대길병원은 환자가 숨을 쉴 때 미세하게 움직이는 종양의 위치까지도 놓치지 않는 최첨단 방사선치료장비 ‘호흡 연동 래피드아크’를 도입했다. 2013년 인천 지역 암센터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가천대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규찬(사진) 교수에게 첨단장비 도입의 의미를 들었다.

-호흡 연동 래피드아크는 어떤 장비인가.

“래피드아크는 환자의 몸 주위를 360도 회전하며 종양의 입체 모양에 따라 방사선을 쏘아 치료하는 장비다. 기존 방사선 치료기에 비해 속도가 2배가량 빨라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호흡 감지·연동 기능을 추가한 것이 호흡 연동 래피드아크다. 치료대 위에 누운 환자의 호흡까지 파악한다. 숨쉴 때마다 종양의 위치가 오르내리며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자동으로 감지해 방사선을 쏜다.”

-기존 장비에 비해 어떤 효과가 있나.

“환자가 호흡을 하면 폐가 움직이면서 폐 밑의 간도 따라 이동한다. 이 때문에 폐암·간암 환자는 방사선치료 시 호흡에 따라 종양의 위치 변화가 클 수밖에 없다. 종양이 최대 2㎝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방사선 조사 범위를 넓게 해야 하고 그만큼 정상 조직까지 파괴될 위험이 컸다. 하지만 호흡을 감지하면 종양의 위치 변화까지 면밀하게 파악해 암세포를 정확히 조준할 수 있다. 정상 조직의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 치료속도가 빨라 환자도 편하고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주로 어떤 환자에게 권장하나.

“합병증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1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호흡 연동 래피드아크 치료로 수술과 동일한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대장암·유방암 등에서 폐·간으로 암이 전이된 상태일 때도 권장한다. 수술과 동일하게 국소 부위 완치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수술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단 여러 군데 암이 퍼진 상태라면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장비 도입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근 암 치료에 있어 방사선 치료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길병원은 라이낙·노발리스티엑스 등 첨단 장비 도입으로 인천지역뿐 아니라 국내 방사선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장비는 지역 암환자들이 한 단계 진보한 최첨단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 4월에 도입해 정밀도 측정을 거쳐 9월부터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2~3곳만이 이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경인지역 암환자에겐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길병원 암센터는 2011년 사립대학병원 최초로 지역암센터로 선정되면서 인천시민의 암 예방·치료·관리 등 표준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대장암 적정성 평가와 3대 암(위암·간암·대장암) 수술 생존율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암센터로서 암환자를 위한 예방·사후 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역 암환자들이 시간·비용을 들여 서울에 가지 않아도 양질의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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